건설사 부채비율 400% 수준…시행사 부채규모는 70조원 넘어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권 손실이 9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건설부문 재무안정성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건설기업 수익성이 하락하고 부도업체가 증가하는 등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KDI는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자산총액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내 건설부문의 재무건전성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의 부채비율은 233.5%를 나타냈다.

금융위기 당시 2008년(279.8%)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절반 이상이 자본잠식 상황인 시행사를 뺀 것이라서 큰 의미는 없다. 이들을 포함하면 부채비율이 400% 수준까지 치솟아 재무안정성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 상태인 시행사들의 부채규모는 총 70조원을 넘어섰다.

수익성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 평균 3.2%로 2005년(8.0%) 이후 6년 연속 하락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32원을 남기는 데 그친 셈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얼마나 갚을 수 있나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은 54.2%까지 떨어져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는 이자도 낼 수 없는 상태이다. 자본잠식이거나 부채비율이 한계에 달한 부실위험 기업은 조사대상의 12.7%에 달했다. 건설업(시공사)은 58개, 부동산공급업은 144개로 시행사가 특히 취약했다.

부실위험 기업의 부채 규모 13조원 중 9조4000억원이 부동산공급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건설업의 부도 후 채권회수율(2001~2007년 평균)이 30% 수준임을 감안하면, 부실위험 기업의 부도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권 전반에 9조원 규모의 충격이 예상됐다. 실제로 중대형 건설사 6곳 중 1곳은 자본잠식 상태로 도산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 침체로 적자 폭이 점점 커지자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자금조달을 위한 신용평가 등급 부여를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공시 실적이 있는 시공능력 상위 50대 건설사 중 8곳이 자본잠식에 빠졌다. 벽산건설, 풍림산업, 남광토건은 자본금을 까먹고 부채로 버티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거래소의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또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이 87.2%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진흥기업(42.2%), 동아건설산업(4.8%), 한일건설(78.2%), 삼호(6.8%) 등 5곳이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다.

이 외에도 시공능력 100위권 내에서 우림건설(71위), 범양건영(84위)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고 중앙건설(89위)이 부분잠식(20.1%)에 빠졌다.

중대형 건설사들의 어려운 상황은 부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50대 건설사의 부채는 6월말 현재 157조9000억원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 전인 2010년말(153조3000억원)보다도 4조6000억원 많다.

이 기간 삼성물산 부채가 8조9000억원에서 13조7000억원으로 증가한 것을 비롯해 건설사 31곳의 부채가 늘었다.

특히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보여주는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곳이 30곳에 달했다.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이 무려 2899%였고 한일건설 1423%, 삼부토건 1045%, 울트라건설 761%, 삼호 744%, 동양건설산업 725%, 쌍용건설 692%, 고려개발 682%, 동부건설 547% 등이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시공사들이 시행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실시하고 있어 시행사들의 부실이 전체 건설업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 경기가 계속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 재무안정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최근 건설경기 악화는 건설수요 측 충격이 건설공급 측에 영향을 미친데 기인한다"며 "건설부문의 위험요인이 단기간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향후 부동산공급업의 부실이 건설업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일단 건설ㆍ부동산 관련업체 부실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부문의 부실이 전체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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