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관행 타파’ 약속 불구 '공염불 그칠 것' 회의론도 대두

3월 결산법인인 증권, 보험사의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감사직에 어떤 인물이 기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신뢰 위기를 맞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감사를 금융감독원 출신이 꿰차는 이른바 낙하산 관행을 철폐하겠다고 선언해 감사직에 금융당국 출신들이 배제될 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2개 증권사 가운데 올해 주총시즌에 상근 감사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곳은 24곳이다.

이 가운데 금감원이나 옛 증권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차지한 회사는 16곳이다.

현대증권, 한화증권, 한국투자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토러스투자증권, 코리아RB증권, 이트레이드증권, 애플투자증권, 신영증권, 솔로몬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 동부증권, 대신증권, 골든브릿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등에서 감사가 바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저축은행)만 아니었어도 금감원 출신이 감사 자리에 연임되거나 금감원 인사에게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금융회사 감사의 낙하산 관행을 깨겠다고 선언한 터라 이번 주총에서 금감원 출신들이 대거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도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상근감사 자리가 8개사이다.

손해보험사 12개 가운데 올해 6월로 감사 임기가 끝나는 곳은 현대하이카, 서울보증보험, 그린손해보험 등 3곳이고 생명보험사 14개 가운데에서는 흥국생명, 신한생명, PCA생명, 알리안츠생명, 우리아비바생명 등 5곳의 감사 임기가 끝난다.

또 자산운용사나 6월 결산인 저축은행까지 더한다면 물갈이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42개 증권사 가운데 31곳의 상근감사가 금감원 출신이고 지난 3월 은행 주총에서 신한, 국민, 한국씨티 등 감사 자리를 이미 금감원 출신이 독식할 정도로 금융회사에서 퇴직 금감원 인사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러나 이번 금감원이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에 감사로 추천하는 감사추천제를 완전 철폐하고 금융회사에서 금감원 직원을 감사로 영입하겠다고 요청해도 모두 거절하기로 한 것.

한편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감사 추천을 없애더라도 퇴직 금감원 직원이 금융회사 감사로 가는 일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금감원 출신을 영입하려는 유혹을 떨칠 수 없다”며 “감독업무와 금융 분야를 모두 경험한 외부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퇴직 금감원 직원들이 감사로 가는 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융당국 발표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감사 후보군과 관련 소문들이 조금씩 돌고 있다”며 “하마평에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쇄신안을 발표한 이상 정책에 맞춰가야 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