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장기불황에 빠진 건설사들의 돌파구로 여겨졌던 해외건설 시장이 덤핑 수주로 인해 오히려 건설사의 목줄을 옥죄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17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개사가 해외시장에서 총 59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도 48조6000억원보다 22%(10조7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과 달리, 순이익은 지난해 4575억원으로 전년도보다 15% 가량 줄었다.

순이익이 지난해 이처럼 줄어든 데는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해외에서 저가로 공사를 수주한 게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매출 비중이 지난해 전년도보다 4%포인트 이상 높아져 60%에 육박하고 있기 대문이다.

실제로 2011년 전체의 46.9%를 차지했던 국내 매출은 지난해 42.5%까지 떨어진 반면, 해외 매출은 53.1%에서 57.5%로 증가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476억달러) 이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비약적(2010년 716억달러, 2012년 649억달러)으로 늘어났지만, 외형적 수주 증가와 달리 내실은 점점 악화되고 있단 점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8년을 기점으로 중동에서 플랜트 물량이 대거 늘어 국내 건설사들이 앞 다퉈 진출했다”며 “당시 건설사마다 전문 인력을 대거 확충했는데, 이들이 단기성과를 위해 저가 수주했던 공사들이 현재 부메랑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일머니의 최대 피해자가 된 GS건설의 경우 해외에서 영업손실 5355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96%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확장 공사 등 중동에서 발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올해 7월 준공을 앞둔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공장(6600억원) 공사 등에서 2197억원대 손실이 났다.

업계에서는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못지않은 부실 폭탄을 안고 있는 대형건설사가 적잖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중동에서 플랜트 사업을 수주한 건설사 대부분이 큰 폭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며 “당시 수주한 공사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대부분 완공되는 만큼 건설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린 곳은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수주액이 무려 304억달러에 달한다. 이어 현대건설(275억달러), GS건설(203억달러), 대우건설(141억달러), 대림산업(139억달러), 삼성물산(106억달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 중 현대건설은 지난해 7700억원에 달하는 해외사업손실준비금을 마련해 놓은 상태고, 이에 앞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000억원 정도를 손실을 처리했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해외매출은 6조3000억으로 전년도 8조3000억원보다 23%가량 줄었으며 순이익도 17.3% 감소해 10개사 중 유일하게 두개 항목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수익구조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SK건설은 지난해 해외매출에서는 나란히 20% 이상 성장했으나, 순이익은 90% 가까이 떨어졌다.

두산중공업은 7조1000억원의 해외 매출을 지난해 올려 전년 대비 20%의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순이익은 147억원으로 전년 2616억원보다 무려 94%나 줄었다.

SK건설도 해외 매출은 49% 늘어 폭풍성장했으나, 순이익은 88%나 쪼그라들었다. 이중 SK건설은 현재 비상장사임에도 대손충당금을 6465억원 이상 확보하는 등 실적 쇼크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2011년 18억4000만달러에 수주한 와싯 가스플랜트 프로젝트가 내년 완공될 예정인데, 저가 수주로 인해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실장은 “건설사들이 현재와 같은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결정적 요인은 저가수주에 있다"며 "건설원가가 물가상승률보다 가파르게 오른 부분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쟁력을 키우려면 우리만의 독자적 기술력 보유가 우선이고, 선진국처럼 CM과 PM 등 고부가 가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건설은 지난해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에 힘입어 순이익이 381%나 증가했고, 포스코건설(118%), 삼성물산(13.8%), 대림산업(5.5%)도 늘어나는 호실적을 냈다. 그러나 이들 건설사 역시 중동에 상당수 물량을 가지고 있어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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