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출자전환 급증…국민은행 가장 많아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 시중은행들이 허술한 여신심사로 최근 5년간 시중은행의 민간 기업에 대한 출자전환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경기침체로 기업개선 과정을 거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출자전환 건수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은행측도 여신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부실채권을 양산했다는 비난을 면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자전환은 채권을 가진 은행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서야 내리는 '은행의 극약처방'이다. 채권은 부채이고 주식은 자본이기 때문에,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시킬 경우 해당 기업은 이자부담을 덜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은행은 출자전환한 기업이 회생에 성공해야 출자금을 건질 수 있어 경영실패에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3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국민, 우리, 기업, 신한, 외환, 하나, 한국씨티, 한국스탠다드차타드 등 8개 은행이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실시한 출자전환은 총 37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출자전환이 단 29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3배 증가한 수치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14년 동안 8개 시중은행이 기업여신을 회수하지 못해 출자로 전환한 사례는 429건으로 이중 88%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시절에 해당하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는 출자전환이 4년간 24건으로 연평균 6건이었다. 노무현 정부시절에도 5년간 29건, 연평균 5.8건에 그쳤다.

이에 비해 이명박 정부시절은 연간 평균 75건 넘게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 첫해였던 2008년만 해도 출자전환이 5건밖에 없었지만 그 다음해 66건으로 껑충 뛰어오른 뒤 해마다 건수가 크게 늘어 지난해에는 무려 139건의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은행의 출자전환은 돈을 빌려간 기업이 부도를 내거나 심각한 경영난에 몰려 채권상환이 불가능한 경우 이를 자본으로 전환해 기업을 회생시킨 뒤, 지분을 팔아 자금회수를 꾀하는 최후의 방법이다.

최근 5년간 출자전환 건수가 급증하고 지난해엔 139건까지 치솟았다는 건 부채상환은 고사하고 존립마저 위험한 기업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기업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출자전환이 급증한 지난해에는 진흥기업, 대한해운, 대양건설, 우림건설, 동양건설산업, 벽산건설, 풍림산업 등 건설 및 해운 등 불황업종에서 출자전환이 속출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침체로 위기를 맞은 건설업종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4년간 429건의 출자전환 중 70~80%가 건설업종이었다. 경기불황으로 실적부진에 재무건전성까지 위협받으면서 최종 부도가 난 회사가 많다는 반증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1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나란히 71건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이 54건, 외환은행이 33건, 하나은행은 29건, 씨티은행은 11건, SC은행은 7건이었다.

국민은행은 이명박 정부시절만 따졌을 때도 출자전환이 140건에 달해 기업은행(68건)과 우리은행(59건)보다 배 이상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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