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병철(34세,가명)씨는 지난 한 해 실적을 인정받아 승진도 하고 의미 있는 한 해였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일년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불면증이다.

처음에는 연초에 맡게 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잦은 야근을 하다보니 그 뒤로 잠이 줄어들었는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여유가 생겼을 때도 잠자리에 누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불면증을 ‘괜찮겠지’하며 방치하다 이제는 만성적 불면증이 되어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그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씨처럼 한국인들은 성공을 위해 잠을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 이런 인식 때문에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워커홀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제는 이 같은 수면장애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2.2배나 증가했으며, 진료비도 지난 2009년에는 120억원에 달해 ‘수면경제(sleeponomics)’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잠 하나만 잘 자도 다음 날 컨디션이 달라진다.

반면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사람의 몸은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극심한 고통에서 가장 쉽게 벗어나고자 찾는 것이 바로 수면유도제(수면제)와 술이다. 하지만 강하게 끌리는 만큼 그 부작용도 치명적이다.

수면제는 기억력 저하와 강한 내성 및 중독이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단순하게 기억력이 줄어드는 정도에서부터 수면제 복용 후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정도까지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다. 심한 경우에는 자살 충동 혹은 식욕의 폭발, 폭력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 불면증 환자들 중에 심각한 알코올 의존도를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 이들도 처음에는 한 두잔의 술이 잠을 잘 오게 한다는 생각에 술을 마시게 되는데 점차 내성과 의존성이 강해지면서 술 없이는 잠들기 어려운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고 보면 술의 알코올 성분은 오히려 각성작용과 이뇨작용을 일으켜 깊은 숙면을 방해하고 잠에서 자꾸 깨게 한다.

자미원한의원 허정원 원장은 “불면증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오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수면장애도 있지만, 이런 일시적 불면도 결국에는 스스로의 몸이 약해져 있을 때 작은 충격에도 무너지게 되어 불면증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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