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매수' 추천시 하락 다반사…종목 보고서 '악용' 의혹도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증권사들이 올해 강력하게 매수를 추천했던 종목 중 태반이 오히려 주가가 떨어져 이를 믿고 투자한 고객들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는 자사 애널리스트가 강력하게 추천한 종목을 순매도하는 엇갈린 행보를 보여 추천 종목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17일 CEO스코어가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교보증권 등 7개 증권사가 낸 1만2315건의 종목 분석 보고서 가운데 매수 의견이 9745건, 강력매수 건수는 32건으로 집계됐다. 강력매수는 해당 종목을 분석한 애널리스트가 주가 상승을 확신할 경우에 내는 것이다.
하지만 32건의 강력매수 추천을 받은 13개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은 주가가 떨어져 '강력'이라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예측이 빗나갔다.
올해 가장 많은 강력매수 의견을 제시한 곳은 교보증권으로 SK이노베이션, 코오롱인더, 엔씨소프트, 이수화학 등 4개 종목을 강력 추천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종목은 보고서 발간 이후에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교보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올해만 3차례나 강력매수 의견을 내놨지만 해당 종목의 주가는 리포트 발간 전 1만8200원에서 최근 1만4000원으로 6개월 만에 23.08%나 떨어졌다. 또 지난 1월 강력매수 의견을 내놓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최근 주가는 4만9600원으로 21.89% 떨어졌다. 이수화학은 강력매수 추천이 있기 직전인 4월8일 1만9350원이던 주가가 최근 1만6900원으로 12.66% 떨어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초 SBS와 제일모직을 강력 추천했지만 결과는 크게 어긋났다. 제일모직은 강력매수 의견 뒤 주가가 8.65% 떨어졌고, SBS는 2% 하락했다.
SK증권이 강력 추천한 씨젠은 지난 2월1일 6만1300원에서 5만5500원으로 9.46% 하락했다.
증권사들이 절반의 확률도 지키지 못하면서 강력매수 의견을 남발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원성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들은 자기 회사 애널리스트들이 강력 매수를 추천한 종목을 오히려 내다파는 모습을 보여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차익을 얻기 위해 종목 보고서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실제 해당 종목을 추천한 증권사들의 매매현황을 살펴본 결과 13개 종목 중 6개 종목에 대해 순매도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보증권의 6개월 간 주식 거래 매매현황을 보면 강력 추천했던 엔씨소프트, SK이노베이션, 코오롱인더 3개 종목이 매수보다 순매도 금액이 더 컸다.
현대증권도 자신들이 추천한 영원무역의 6개월 주식거래량이 4만658주의 순매도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매수추천 보고서는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것으로 증권사의 방향과 다를 수 있다”며 “보고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의 몫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취합한 뒤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력 매수 추천을 받은 종목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토러스투자증권이 추천한 우리파이낸셜로 리포트 발간 후 가격이 40.18%나 올랐다. 또 현대증권이 추천한 현대HCN은 23.2%, SK증권이 추천한 영풍은 21.88%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