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자 60% 관료출신…법조ㆍ세무관료 출신 선호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30대 그룹 사외이사 20% 가량이 2개 회사에서 겸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겸직자 중 60%가 관료출신이었고 이 가운데 법조관료가 과반수를 차지해 재벌그룹들이 방패막이용으로 거물급 법조관료 출신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185개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 609명 가운데 55명이 89개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18%를 겸직자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사외이사 겸직자 중 33명은 관료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33명 중 14명(42.4%)이 법조관료 출신이며 공정위 7명(21.2%), 세무관료 6명(18.2%), 일반관료 5명(15.2%), 감사원 1명(3%) 순이다.

김앤장 고문으로 있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현재 두산과 삼성전자 사외이사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송 전 총장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33대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로 노무현 정권 당시인 2004년 검찰 개혁 문제가 세간의 이슈로 부상하자 "내 목을 쳐라"며 강하게 반발해 세간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중수부의 불법대선자금 비리 수사를 총지휘했으며 정치권과 대기업을 향해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이에따라 그는 '국민 총장'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송 전 총장은 김앤장이 애플 변호를 맡아 삼성과 불편한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에서 유일하게 기용한 김앤장 소속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겸직자 가운데는 법부무 차관 출신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한부환 전 차관이 동양과 예스코에서 활동 중이다. 한 변호사는 지난 2005년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삼성 떡값' 수수 의혹 실명 공개 7인 명단에 거론된 전력이 있지만 본인은 이를 극구 부인한 바 있다. 또 정진호 전 차관이 한화와 호텔신라 , 김상희 전 차관이 LG전자와 효성, 문성우 전 차관이 GS건설과 한화생명보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노영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대중공업과 LG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며 신현수 전 대검찰청 부장검사는 SK가스와 HMC투자증권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는 윤남근 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SK네트웍스와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윤용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서울고법 조정위원을 지낸 인물로 두산엔진과 LG생활건강에서 사외이사로 몸담고 있다. 정진규 전 법무연수원장은 LS와 웅진홀딩스에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며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은 LS와 웅진홀딩스 사외이사다.

서울고법 검사장을 지낸 차동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두산중공업과 유니온스틸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검사출신인 정연호 전 서울지검 검사는 시그네틱스와 인터플렉스에서, 윤세리 전 부산지검 검사의 경우 SK하이닉스반도체와 두산인프라코어에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으로는 이병주 전 공정위 상임위원이 효성과 현대모비스에서 활동 중이고 주순식 전 상임위원은 현대중공업과 SKC&C, 장항석 전 상임위원은 동부CNI와 현대위아 사외이사로 있다. 또 박상용 전 사무처장이 동부화재와 현대정보기술에서 활동중이고, 이동규 전 사무처장은 CJ씨푸드와 웅진씽크빅에서, 허선 전 사무처장도 롯데하이마트와 현대상선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세무관료 출신으로는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이마트와 현대제철에서 활동 중이다. 이와 더불어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롯데제과와 CJ CGV에서, 김창환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두산과 예스코에서,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CJ오쇼핑에서 각각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일반관료 중에는 정문수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교보증권과 S-오일 사외이사로 ,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삼성생명보험과 SK가스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인철 전 산업은행 본부장 역시 동부하이텍과 만도에서, 신정식 전 에너지 경제연구원 원장도 대림산업과 동부제철에서 활동 중이다.

감사원 출신으로는 김종신 전 감사원 정책국장이 신세계와 OCI에서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행정고시 18회 출신으로 감사원 제1국장과 감사교육원장, 감사원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관료출신들이 복수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으며 인기를 끄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 외에 공직 생활로 쌓은 인맥을 통해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겸직자 전원이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관료출신 사외이사들은 겸직을 통해 고액의 연봉을 챙기고 있어 사외이사가 전관예우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년에 이사회 몇 차례 참석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업무부담이 없는 자리인 까닭에 관료출신 사외이사들은 현직을 따로 갖고 있으면서도 사외이사 겸직을 통해 최소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CEO스코어가 분석한 각 기업별 사외이사 평균 연봉을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 관료 출신 겸직 사외이사 33명 가운데 15명이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윤세리 전 부산지검 검사는 SK하이닉스반도체의 사외이사 평균 연봉 1억5700만원, 두산인프라코어의 평균 연봉이 2500만원을 합쳐 1억8200만원 가량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또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두산(6000만원)과 삼성전자(8900만원)에서 1억49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을 비롯해 정진호 전 법무부 차관이 1억4000만원, 노영보 전 서울고법 판사가 1억3800만원 가량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신현수 전 대검 부장검사,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 윤남근 전 서울고법판사, 이동훈 전 공정위 사무처장, 이병주 전 공정위 상임위원, 주순식 전 공정위 상임위원도 사외이사 겸직만으로 연봉 1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겸직자를 그룹별로 살펴보면 SK그룹은 18개 계열사 중 5개사에서 6명이 겸직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10개 계열사 중 6개사에서 6명이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한편 과거 상법에서는 비상장사 사외이사는 겸직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으나 올해 4월에 개정된 현행 상법에서는 비상장사와 상장사를 통틀어 2곳까지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비상장사에서만 활동하는 사외이사의 경우 겸직 제한이 없어 사외이사 겸직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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