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책임…지난해-올해 21명 중 13명 퇴진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최근 증권사들이 경기 침체와 증시 침체 장기화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CEO들을 대폭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18개 증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 21명의 평균 재임기간이 2년 남짓에 불과했다.

21일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현직 전문경영인 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9월 기준으로 증권업계 18개사 CEO 21명의 평균 재임 기간은 2.2년으로 집계됐다.

작년과 올해에 62%, 13명이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불황의 여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 나는 CEO들이 속출하고 있어 '물갈이'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30대 그룹 평균 2.6년은 물론, 500대 기업 평균 3.1년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CEO 21명 가운데 3년 이상 재임하고 있는 사람은 7명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해 500대 기업 평균인 36.4%보다 낮았다.

증권사 CEO의 재임기간이 500대 기업 평균에 비해 짧은 것은 지난해 10명의 CEO가 교체된 데다 올해도 3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1명 가운데 최장수 CEO는 올해로 7년차에 접어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유 사장은 2007년 3월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6.5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2년내 쫓겨나듯 이직이 빈번한 증권업계에서 7년 연속 연임에 성공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유 사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85년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에 입행했다가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1988년 대우증권 런던법인 부사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1999년 메리츠증권 상무를 거쳐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당시 동원증권 사장)의 러브콜을 받고 2002년 이직했다. 유 사장은 주식 중개거래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변화시켜 안정된 수익성으로 증권업계 맏형으로 발돋움하는데 공을 세웠다.

최연장자인 제갈걸 HMC투자증권 사장은 2008년 3월 현대차IB증권 사장에서 HMC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5.5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갈 사장은 1978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이후 현대ㆍ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상무를 거친 '토종 현대맨'이다. 그는 2004년 현대캐피탈 전무, 2005년 현대카드 부사장을 거쳐 2008년 옛 신흥증권을 인수해 신설된 현대차IB증권(현 HMC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2008년 6월 전무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지 5.3년이 지났다. 김 사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21여년간 재직했다. 2005년 5월 IB투자본부장(전무)으로 교보증권에 영업된지 3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니시노 노리히코 노무라금융투자 사장은 3.8년, 최희문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사장은 3.6년,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은 3.3년,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3.3년,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2.3년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사장과 김용범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사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전상일 NH농협증권 사장,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 김기범 대우증권 사장의 재임기간이 1.3년으로 조사됐다.

또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0.8년,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은 0.3년, 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과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이 0.2년으로 집계됐다.

21명의 증권사 CEO 가운데 7명은 해당 그룹에서 경력을 키운 내부인사 출신이다. HMC투자증권의 제갈걸 사장은 현대차그룹 출신이고, 삼성증권 김석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과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을 거쳤다.

대신증권 나재철 사장은 1985년 대신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에 올랐고, 동양증권 정진석 사장도 1983년 반도상사에 입사한 이후 동양증권과 동양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사장 자리에 올랐다. 대우증권 김기범 사장은 1990년부터 '대우맨'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고원종 사장은 동양투자금융으로 증권업계에 발을 디딘 이후 노무라증권, ABN암로증권, SG증권을 거쳐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동부증권 부사장으로 일했다. 잠시 한국신용정보 전무로 이직했다가 2007년 4월 다시 동부증권 부사장으로 복귀해 3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사장도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신한증권, 굿모닝신한증권에서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2004년 뮤직시티와 KT뮤직 사장, 신성투자자문 사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2월 신한금융투자 사장으로 복귀했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지난해 이후 물갈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외부 전문가 보다는 원년 멤버나 내부인사가 중용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CEO가 10명이나 새로 선임된 지난해에는 원년멤버가 복귀하거나 내부인사가 승진한 경우가 7명이나 됐다. 올해도 새로 바뀐 3명 가운데 2명이 내부출신이다.

한편 21명의 CEO 중 52.4%인 11명이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출신은 강대석, 김석, 변재상, 김용범, 전상일, 정회동 사장 등 6명이다. 연세대 출신은 유상호, 제갈걸, 고원종, 조웅기, 정진석 사장 등 5명이다. 고려대 출신은 장승철 사장 1명 뿐이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성균관대 출신은 박재식 사장 1명이고, 서강대 출신도 임창섭 사장 1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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