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낙하산 인사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관치금융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국회 정무위원회 조영택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 금감원 2급 이상 퇴직자 88명 전원이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외이사 3명, 대표이사 2명, 상임고문 1명을 제외한 82명이 감사로 재취업해 어이가 없게 만든다.

 물론 새로운 뉴스거리는 아니다. 늘상 있어왔던 무덤덤한 관행이다. 하지만 공정사회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런 행태가 개선되기는 커녕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행정안전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국회예결위원회 신학용 의원(민주당)에 제출한 정부 각 부처의 퇴직자 재취업 현황자료에 의하면, 올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금융권에 재취업한 퇴직자는 38명에 달했으며, 이중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출신이 19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금감원 출신의 산하기관 낙하산 병폐를 막기위한 방편으로 작년말부터 감사공모제를 도입했는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으니 공모제는 그야말로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금감원측은 금융회사가 공모제를 원치 않았고 오히려 금감원에 후보 추천을 요청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변명을 위한 변명일 뿐이다.

피감기관인 금융회사들이 감독당국과 유착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금감원 출신의 감사를 선호하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 금융의 후진성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낙하산 인사는 감독당국의 업무 신뢰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리게 된다. 금융회사가 자신들의 재취업 통로라면 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리 없다.

공직자윤리법은 3년 전까지 담당업무를 했던 해당 기업이나 업종에 2년간 취업하지 못하게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국회 정무위 배영식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금감원은 퇴직대상자를 지방출장소나 인력개발실로 발령내 '보직 세탁'을 거친뒤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느 편법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금감원은 지난 3월 국·실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만54세가 되면 일괄적으로 보직 해임하던 기존 틀을 깨고 성과가 좋은 국·실장의 보직을 유지시켰으며, 간부에서 탈락한 사람들도 일선 조사역으로 배치하는 등 낙하산 관행을 깨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재취업 현황을 보니 암울한 충격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감독당국의 검사·감독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낙하산 관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같은 사전규제가 씨도 안먹힌다면 법을 뜯어고쳐서라도 사후관리까지 철저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감독당국 출신이 자신이 근무했던 부문과 관련해 감독당국과의 유착사실이 드러나면 형사처벌까지 한다.

국회는 매년 국감 때만 되면 낙하산 인사를 지적하며 호통만치고 마는데, 본질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강력한 규제법안을 내놓는게 먼저 할 일이다.

"금감원이 공수부대인가, 웬 낙하산을 그리도 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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