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지난 18일까지 1주일간 희망퇴직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모두 3247명(계약직 1500명 포함)이 몰렸다. 직원 8명중 1명이 내달 11일께 스스로 은행문을 나서는 셈이다.

 금융권 역대 최대 규모이며 전체 기업중에서도 KT(2003년 5505명, 2009년 5992명)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 KB국민지주 어윤대 회장이 지난 7월 취임 후 국민은행을 비만증환자로 지목하면서 인력구조조정을 암시한게 곧바로 현실화된 것이다.

'신(神)의 직장' 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을 이렇게 쉽게, 이렇게 많이, 일시에 떠나는게 샐러리맨과 구직자들에 어떻게 비춰질까? 표면적으로는 퇴직신청자들에게 역대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최대 기본급 36개월치를 쥐어주고 자녀2명에 대해 대학까지 학자금을 지원키로 한것. 게다가 창업시 2년간 총 2400만원의 창업장려금을 지원하고 재취업을 원하면 2년간 후선센터 지원업무와 대출모집인, 콜센터 상담업무, KB생명 보험설계사로 일자리를 주고 거래기업 알선도 해주겠다는 매력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55세에 시작되는 임금피크제도 이번 희망퇴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것으로 판단된다.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한번 나가면 다시 그만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세상에 선뜻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는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퇴직신청을 하지 않은 직원중 실적이 저조하거나 장기근무한 계약직원들은 새로 설립될 성과향상추진 본부로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영업력 강화를 위한 교육을 받고 또 연체 독촉 등의 업무를 맡아 할당량을 채워야 될 것으로 알려져 남아있어도 그리 마음이 편치앟게 생겼다.

그래서 노조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는데 은행측은 노사합의 사항이 아니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또 신청 과정에서 지역본부장과 영업점장들이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대상자임을 통보했다는 점도 강제적인 구조조정 논란을 야기했다. 어찌됐건 은행측은 퇴직신청자 대부분을 정리할 모양인데 이 경우 퇴직 관련 비용이 최대 6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엄청난 퇴직비용을 일시에 지불해야 하는 만큼 향후 경영성과에 촉각이 곤두서게 됐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인건비와 물건비, 복리후생비 등 대폭적인 비용절감 효과가 시너지를 발휘해 경영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건강한 국내 대표은행으로 재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은행은 또 희망퇴직 외에도 내년 신입사원을 예년의 6분의 1 수준으로 줄인 100명만 뽑기로 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어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불편한 심정도 있겠지만, 역대 최고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입장에서 경영진의 고민도 컸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기업의 큰 덕목은 고용창출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경쟁력을 높여 향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하며 우선 흐뜨러진 조직분위기를 추스리고 강력한 맨파워집단으로 확 바뀌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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