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찾잔 속에 떨어지는 향기>

1592년 현해탄, 짙푸른 파도
검은 그림자는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지옥문을 빠져 나간다.

반만년 이어져온 금수강산
한줌에 집어 삼키려는 잔꾀는 하늘을 찌르지만
가로선 거북선이 불을 뿜는다.

강군과 약군의 사투
백의에 핏물 드리워지는 저녁노을
역사의 동영상이 바다속으로 빨려든다.

4세기를 지난 규슈 가라쓰
도요토미히데요시의 광혼은 사라졌지만
어디선가 우리네 할아버지의 넋이 살아있는 듯 손을 붙잡는다.

가까운 이웃사촌
지난날 상처는 바람으로 흔들리며
튼튼한 동앗줄로 하나되어 동북아의 평화를 합창한 오! 거북선.

 

 

강요식
본지 논설위원, 정치학박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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