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硏, 가계부채 위험성 진단

국내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위험수위로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 위험성 진단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가계부채가 조정국면에 진입한 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조정없이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는 전분기 말보다 19.조2000억원이 늘어난 89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는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2분기∼2010년 3분기 중 전기 대비 평균 15조6000억원씩 늘어났다.

2009년 기준 한국의 개인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00년(87.4%)보다 1.6배 상승한 143%에 이른다. 이는 영국(161%), 호주(155%) 등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금융위기 당사국인 미국(128.2%)보다도 14.8%p 높다.

특히 2009년 기준 미국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보다 9.4%p 하락한 반면 한국은 동 기간 중 136.4%에서 143.0%로 6.6%p 상승했다. 특히 지속되는 부동산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확대돼 주목된다.

예금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은 2009년과 2010년 1∼11월 중 각각 24조5000억원, 17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동 기간 중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각각 117.2%, 88.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2009년 이후 예금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과거 주택가격 급등기(2005∼2006년)와 유사하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65.3%(1~11월 중)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61.2%)보다 4.1%p 상승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향후 가계 채무상환 부담 증가가 주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도 잠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가계 재무구조와 대출 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현 상황에서 대규모 부실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과다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상승, 주택경기부진 등 대외환경이 악화될 경우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것은 낮은 금리와 주가 상승 등 외적 환경요인에 기인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추가적으로 급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의 LTV와 DTI 제도를 부동산 대책으로 인식하기보다 거시건전성 제고 차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계부채가 향후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원은 또 “기존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만기구조 장기화,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 등으로 가계부채의 시장 및 금리 리스크에 대한 위험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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