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박찬영 편집국장

 

TV만 틀면 돈 빌려준다는 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일부 어린이들은 아직도 저축은행 ‘후크 송’을 유행가처럼 부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이 시청 가능한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주말ㆍ공휴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저축은행 방송광고 송출을 하지 말라는 지시사항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쉽게’ ‘단박에’ ‘편하게’ 등의 문구를 넣지 못하게 하고 휴대폰과 인터넷 등의 이미지를 이용해 대출의 신속ㆍ편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못하게 했다.

광고 규제로 한 숨 꺾였지만 사잇돌 대출 등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이 가열되면서 저축은행들이 또다시 TV광고에 매달리는 인상이다. 저축은행 TV광고 제약한다고 해서 부작용이 없어지지 않는다. 풍선 효과로 인해 또 다른 문제점만 키우게 된다.

TV광고 규제로 매출이 떨어지면 에이전트 등에 기대게 된다. 통상 5%의 수수료를 에이전트에 내주게 되면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른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게 된다. 그 다음은 뻔하다. 저축은행은 다시 신뢰도를 잃게 되어 2010년의 ‘아픈 추억’의 부메랑을 맞을 것이다. 그보다 더 큰일은 대출자들이다. 손쉬운 대출로 연체가 늘게 되면 가계대출로 허덕이는 우리나라 경제 체력을 더 떨어뜨릴 것이다.

현재 저축은행이 경영난에 처해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2014년부터 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해 올해 1분기 79개 저축은행들은 23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었다. 이 숫자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2010년 2조77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고 2013년까지 4년간 적자를 이어 온 저축은행이 어떻게 갑자기 ‘성장판’이 열렸을까?

이런 측면에서 저축은행의 수입원 중의 하나인 ‘햇살론’ 연체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축은행은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에 기대어 대출 때마다 이자율에서 1% 수입을 얻어가는 달콤함에 빠져 공격적 마케팅을 했다. 새마을금고, 신협의 연체율은 4% 내외이지만 저축은행의 햇살론 연체율은 10% 중반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보다 연체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선 저신용등급을 유지하려고 의도적 연체 등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업은 신뢰로 쌓는 탑이다. 지금의 저축은행 성장은 신뢰로 쌓은 것이 아니다. 한순간에 도돌이표로 돌아가는 수도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채찍만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신뢰를 쌓도록 유도하는 당근이 없다. 오히려 저축은행 업계의 주요한 수입원인 중금리 대출시장에 은행의 ‘사잇돌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시켜 압박하고 있다. 햇살론도 돈의 흐름을 보면 중금리 시장의 경쟁 상품일 뿐이다. 여기에 대부업체와 똑같이 TV광고를 규제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 측면도 있지만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고리대금업체로 오해 시켜 신뢰를 무너뜨리는 면도 크다.

저축은행의 서민대출 중심의 금융에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 새로운 길을 터줘야 한다. 대안으로 지방정부와 저축은행의 상생구조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에서 저축은행에 출자하는 형식으로 저소득층 대출과 함께 빈곤지역 재개발 등 새로운 사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의 출자 자금은 정부의 지역재투자 지원사업에 써 공익을 실현 시킬 수 있다. 조달 자금으로 빈곤층 대출, 빈곤지역 재개발 사업, 영세업자 재기 지원금 등에 활용 될 수 있고 초과 이윤은 모두 사업자금으로 재투자시키는 방법이다.

물론 금융정책이 저축은행만을 위할 수는 없다. 금융권 전체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논의는 별도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저축은행을 금융 동반자로 여긴다면 대안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나 공기업 발주 사업 등을 저축은행과 연계해 나가면 민간사업도 새로운 금융의 짝을 찾는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저축은행은 TV 대출광고를 통한 서민대출의 레드오션에서 치열한 결투만 있을 뿐이다. 저축은행이 체력을 회복했을 때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이 적기다. 중금리 서민 대출 시장에 저축은행을 몰아넣기엔 너무나 ‘작은 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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