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쌈짓돈 운용’…감사원이 나서야
국민연금 ‘쌈짓돈 운용’…감사원이 나서야
  • 박찬영 기자
  • 승인 2016.08.2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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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박찬영 편집국장

 

533조원 천문학적인 이 돈을 굴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국민연금공단 운용본부 직원들이다.

국민연금공단의 내부감사 보고서가 발표됐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업무를 들여다 본 것이다. 결과는 구멍가게 운용수준이었다.

공단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주식·채권 투자, 부동산 등 대체투자, 운용 전략과 내부 통제 등 다방면에 걸쳐 허점을 드러냈다. 주식 초과보유 금지규정을 어겼으며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해외투자 운용보수를 멋대로 지급하거나 수익률이 저조한 위탁운용사에 대해 경고나 자금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거래한 사례도 드러났다.

준법 감시인의 승인 없이 외부 이메일을 쓰는 등 보안의식도 지적됐다. 이것은 내부감사 결과다. 외부 기관 감사였으면 엄청난 문제가 드러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처벌은 직원 32명(27건)에 주의·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국민연금의 핵심 조직은 기금운용본부다. 1999년 설립되어 리스크관리센터, 운용전략실, 주식운용실, 채권운용실, 대체투자실, 해외 증권실, 해외 대체실, 운용지원실, 뉴욕·런던·싱가포르 사무소 등에서 31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533조원을 주무른다. 세계 3대 연기금이다. 1인당 1조6700억원을 운용하는 셈이다. 선진국은 1인당 1조원 이하로 운용하고 수익률 1위인 캐나다는 1인당 운용규모가 3000억원에 비하면 엄청난 액수를 이들의 손에 맡겨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운용조직의 허점까지 드러나는데 있다.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2000~2007년 연평균 수익률이 6.9%였으나, 2008~2015년은 5.6%로 떨어졌고, 최근 3년 수익률은 4.7%로 더 낮아졌다. 앞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는 더 낮아질 것이고, 주식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국채(10년) 수익률이 1.4%까지 하락했다. 주식시장 전망도 밝아 보이지는 않다. 코스피가 2011년 4월에 2231 정점을 찍은 후 박스권에 갇혀있다. 국민연금이 최근 5년 동안 국내 주식투자에서 연평균 0.5% 손해를 본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조기 고갈을 막는 길은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길뿐이다. 1년에 수익률 1%포인트 올리면 5조원 이상이 불어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3년 정도 늦출 수 있다.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최고 책임자뿐만 아니라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깊은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이들을 뒷받침해줄 강력한 리서치조직도 갖춰야 한다. 해가 갈수록 수익률 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에 조직을 치밀하게 추스르고 엄격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운용전략실 직원이 국내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면서 기업 주주총회에 올라가지 않은 일부 안건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한 것으로 허위 공시까지 했다. 기강이 서지 않는 조직이다.

조직을 추스르는 데는 리더십이 절대다. 기금운용본부장(CIO)이 그 정점에 서 있다. 그런 자리에 낙하산 논란이 있는 인사가 왔다. 강면욱 본부장은 5년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맡으면서 누적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 수장을 맡겼다. 지난 2월 선임 과정에서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구설수에 휘말렸다. 그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고교, 대학 1년 선후배사이다.

홍완선 전임 본부장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연줄을 타고 선임됐다는 뒷말이 무성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기금운용상의 문제들은 대부분 홍 본부장 재임 시절에 일어났다. 리더십이 약하면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기 힘들다. 본인이 낙하산이란 약점이 있으면 리더십이 생기지 않는다.

이번에 적발된 직원 중에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일하면서 발생한 착오나 실수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미비한 것을 고치라는 취지”라고 했다.

이런 안이한 생각으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533조원의 기금운용을 할 수 있을까? 이제는 감사원이 나서야 한다. 유착과 적폐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기금운용 전반을 감사해 전면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박찬영 기자  asch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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