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로동편지/강요식 새누리당 구로을당협위원장

 

서부간선 지하도로(총 사업비 약 5200억원)는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금천구 독산동에 이르는 10.33㎞ 구간이다. 서울시 서남부지역 남북교통축의 효율적인 교통 분산과 서부간선도로 상시 교통정체 및 지역단절 해소로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업 목적과 기대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런 취지의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 다름 아닌 서부간선 지하도로에 환기구 2곳을 설치하는데 그 지점(신도림동, 구로1동)이 모두 우리 구로구에 있다는 것이다. 구로구는 과거 공단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디지털단지로 탈바꿈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낙후된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매연굴뚝(발암물질, 초미세먼지 포함)이나 다름없는 환기구가 세워진다면 구로에 오염된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으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주민들이 ‘환기구 문제’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가 있다. 2007년부터 사업이 추진되고, 2015년 12월 사업실시계획이 승인되고, 올해 3월에 공사가 착공되기 까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주민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2015년 3월 공청회, 2014년 9월 설명회에 해당 지역(신도림동, 구로1동) 주민 위주가 아닌 30여명의 일반주민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공사현장에서는 심지어 ‘친환경 녹지조성, 도서관 조성사업’이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과연 누가 이런 환기구의 심각한 문제를 알고 있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주민들이 반대하는 ‘뜨거운 감자’를 어물쩡하게 넘어가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다. 지금처럼 주민들이 하나같이 격분하는 이렇게 중대한 지역현안을 극도의 비밀리에 밀어붙이려했던 지극히 ‘나쁜관행’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착한행정’이라면 사업 설명회에 다수의 해당 지역주민이 참여하게 하고 주민동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 진행했어야 온당하다.

지금까지 신도림동과 구로1동에서는 최근 자율적으로 ‘서부간선 지하도로 환기구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환기구설치 반대 서명운동, 현수막 게첩, 온라인 의견개진, 벽보게시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민의 뜻은 ‘환기구 백지화’로 모아지고 있다.

여기서 꼭 주목할 것은 이 문제를 야기한 당사자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추궁이다. 현재 주민들의 열화 같은 요청으로 환기구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다. 신도림동 환기구 공사는 시트파일 공사만 했고, 구로1동 환기구는 80미터 중 22미터를 굴착한 상태이다.

주민들의 요구대로 환기구 공사가 백지화되면 물론 다행이지만, 수반되는 것이 불필요한 예산낭비 초래와 사업지연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혈세를 출혈하게 된 관계자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주민 위에 군림하고 무시하는 ‘나쁜행정’이 다시는 이루어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병주고 약준다”는 속담이 있다. 쓸데없이 예산낭비하고, 주민들의 마음 고생시킨 죄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사가 진행된 상당 기간 동안 뒷짐 지고 있다가, 주민에 의해 발각되어 문제가 되자 이제야 관심을 가지는 척하는 관계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주민들이 조용히 있으면 강행하고, 반대하면 계획을 쉽게 바꾸어 버리는 무책임한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심판을 해야한다.

구로주민들이 지금 분노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른 지역의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이 결코 아니다. 환기구가 가뜩이나 낙후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구로지역에 모두 있고, 학교(신도림고 135미터), 어린이 시설(구일어린이집 150미터) 및 주거지역(동아1차 아파트 215미터)과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또 주민들과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고, 환기구는 매연굴뚝으로 주민의 건강한 삶을 직접적으로 해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서부간선 지하도로 환기구 문제는 주민을 위한 시설이 아닌 위해시설(危害施設)을 설치하면서도 주민에게 납득할 만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밀어붙이려했던 교만행정에 대한 엄중한 주민경고라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결국 주민과 뜻을 함께 하지 않으면 어떤 행정도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서부간선 지하도로 환기구 백지화’를 관철시켜서 깨끗한 구로, 건강한 구로로 지켜내야 하며, 주민을 위한 ‘착한행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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