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김자혜 기자) 종합식품기업 오뚜기는 최근 누리꾼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려고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여느 재벌과는 달리, 함영준 회장이 약 1500억원의 상속세를 5년간 성실히 분납하기로 하면서 ‘양심적인 기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지난해 9월 별세한 부친 故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오뚜기의 주식 46만5543주(13.53%)를 물려받았다.

함 회장은 오뚜기 주식과 함께 식품첨가물 기업 조흥의 주식 1만8080주(3.01%)도 상속받았다. 오뚜기의 19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오뚜기와 조흥, 2곳뿐이다. 공시되진 않았지만 함 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오뚜기라면 주식 11만890주(10.93%)도 함 회장에게 건너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무리 중견기업 총수라고 해도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분납을 한다 해도 매년 200~300억원의 돈을 마련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함 회장이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오뚜기 주식은 건드리지 않고 상속세 재원을 충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일감몰아주기로 몸집을 불려왔던 오뚜기의 비상장계열사 중 함 회장이 직접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업체들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함 회장은 오뚜기 외에 오뚜기라면(35.63%-추정), 오뚜기제유(26.52%), 오뚜기 물류서비스(16.97%), 알디에스(60%), 애드리치(33.3%), 오뚜기SF(14.41%) 등 6개사에 지분이 있다. 이 회사들은 오뚜기에 대부분 매출을 의존하는 구조를 지닌다.

라면·식용유·프리믹스 등을 제조·판매하는 오뚜기라면은 오뚜기와 분리된 이유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오뚜기 매출 비중이 높다. 2015년 올린 매출 5080억원의 99.2%인 5037억원이 오뚜기에서 나왔다.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98~99%를 오가는 모습이다.

오뚜기제유는 참기름, 후추, 와사비 등의 제조·판매업체다. 덩치가 점점 커지는 이 회사도 오뚜기, 오뚜기라면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 2015년에는 매출 807억원 중 625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돼 내부거래율이 77.4%에 달했다.

매년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는 물류회사 오뚜기물류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도 꾸준히 70%대를 찍고 있다. 2015년 내부거래 비중은 76.1%로 매출 1033억원 가운데 786억원을 오뚜기, 오뚜기라면, 풍림푸드 등 특수관계자들이 책임졌다.

소프트웨어 개발·유지보수서비스 등이 주요사업인 알디에스는 2015년 80.7%의 내부거래율을 나타냈다. 매출 83억원 중 67억원이 특수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오뚜기SF는 수산물 가공·판매업체로 오뚜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15년에는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 259억원 중 165억원을 만들었다. 내부거래율은 63.7%였다.

그렇다면 함 회장이 보유 중인 6개 비상장계열사들의 지분 가치는 얼마나 될까. 내달 3일 공포·시행될 예정인 2017년 세법개정안 시행령에는 비상장주식 평가 시 기업 순자산가치의 80%를 최소값으로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개정안을 토대로 지분평가액을 산출해보면 오뚜기라면 762억원, 오뚜기제유 192억원, 오뚜기물류서비스 123억원, 알디에스 ·112억원, 애드리치 48억원, 오뚜기SF 21억원 등 총 1258억원이 된다. 다시 말해 최소 1258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따라서 함 회장이 갖고 있는 비상장주식들을 모두 매각한다면 1500억원 가량의 상속세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함 회장이 오뚜기 주식 28.91%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오뚜기에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조금씩 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며 “함 회장으로서는 오뚜기를 통해 비상장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상속세 재원도 마련할 수 있어 1석2조”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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