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이 퇴직후 노후보장이라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의 이경희 연구위원과 이경아 연구원은 최근 ‘노후소득 창출을 위한 퇴직연금 적립금의 지급옵션 정책과 시사점: TIAA-CREF 전략을 중심으로’이라는 보고서(보험동향 2011년 겨울호 테마진단)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일시금의 형태로 지급되고 있다며, 본래 퇴직연금제도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도입됐지만 그 취지가 달성되지 못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고서는 상당수의 가입자가 소득흐름방식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교직원연금기금(TIAA-CREF)의 사례를 소개했다.

TIAA-CREF 가입자는 퇴직 시점에서 적립금 전부를 일시에 현금으로 인출하기보다 연금소득, 기타 소득흐름방식 등을 혼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IAA-CREF가 가입자의 소득흐름방식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퇴직연금제도 내에서 가입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소득흐름방식의 옵션을 제공한다.

TIAA-CREF는 정부 정책 및 가입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급옵션의 다양화 전략을 추구해 왔다.

초기에는 전통형 종신연금 중심이었으나, 1990년대 이후 확정기여형 제도 확산, 고용형태 유연화, 기대여명 증대 등의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연금 이외의 소득흐름방식(예: 이자지급방식, 프로그램인출 등)을 제공했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짐에 따라 2개 이상의 옵션을 혼합해 소득흐름을 창출하는 은퇴자 비중이 40%에 달하고 있다.

둘째 은퇴 시점에서 전액 일시금보다는 소득흐름방식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TIAA-CREF에서는 근로기간부터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인식의 틀을 '투자'가 아닌 '소비' 중심으로 형성시킨다.

근로기간부터 적립금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관행은 가입자로 하여금 퇴직시점에서 적립금을 일시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축소시키기 위해 TIAA-CREF에서는 은퇴소득추정치(retirement income projection)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보를 통해 가입자에게 근로기간부터 소득흐름개념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키고, 관심을 제고시킴으로써 퇴직시점에서 일시금보다는 소득흐름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TIAA-CREF의 정책은 상원의원들의 법안 발의(S.2862: Lifetime Income Disclosure Act)로 이어졌다.

셋째 은퇴자가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옵션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을 실시한다.

TIAA-CREF에서는 전화, 대면방식의 일대일 상담 및 각종 인쇄물 등을 통해 선택 가능한 옵션의 장·단점, 노후소득의 보장성에 대해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퇴직연금제도를 통해 은퇴자의 노후소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퇴직연금사업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정부는 적립금 전액을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하는 방식을 제한해야 한다.

이와 함께 퇴직연금사업자는 지급옵션을 다양화함으로써 가입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적립금을 안정적인 소득흐름 창출의 수단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인식의 틀을 형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정부, 퇴직연금사업자 및 사용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강화돼 적립금 인출에 대한 가입자 교육과 객관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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