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재신임 잇따라…경영환경 악화에 대선 겹쳐 안정적 경영 택해

대내외 환경 악화와 대선이라는 거대 이슈에 직면한 카드업계는 CEO 재신임을 통해 안정적 경영을 택하고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재신임에 성공한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권후보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와 카드론 등 가계대출 규제,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올해 경영 여건이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업계 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재신임에 성공하고 있다.

올해 카드사들의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수장들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카드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23일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의 연임이 결정되면서 각 카드사의 CEO 선임이 마무리됐다. 유 사장은 지난 2015년 우리카드 사장에 취임해 작년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우리카드에서 연임한 사례는 유규현 사장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우리카드 사장은 잦은 교체 운명을 맞은 바 있다.

유 사장은 취임 후 점유율 확대 등 양호한 실적을 낸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광구 행장의 연임에 따른 경영 체제 연속성도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 사장은 1982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대구·경북영업본부장과 마케팅지원단 상무, 부동산금융사업본부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한 인사다.

올해 카드업계 CEO들의 임기는 대거 만료됐다. 하지만 교체보다는 재신임으로 대부분 무게가 실렸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등도 재신임에 성공했다. 삼성카드는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원 사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서준희 전 BC카드 사장은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면서 신임 사장으로 채종진 BC카드 부사장이 임명됐다. 채 사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KT에 입사해 잔뼈가 굵은 IT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신한카드는 기존 사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신한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신한카드 사장에는 임영진 사장이 취임했다.

롯데카드는 채정병 전 사장이 임기를 1년 정도 남겨두고 고령인 점 등의 이유로 퇴진했다. 김창권 전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 사장은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국책금융기관을 거쳐 모건스탠리프로퍼티즈코리아 등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근무해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폭 넓은 경험과 식견을 자랑한다.

올해 카드업계 전망은 썩 밝지 못하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5월 조기 대선이 실시되는 가운데, 유력 대선 후보들이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를 약속하면서 카드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이어 또 한차례 수수료가 인하되면 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용판매 수익 부진을 만회할 대안으로 지난해 카드사들이 카드대출(카드론) 확대에 집중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정부가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대책에 나서면서 어렵게 됐다.

정부는 카드사들에 카드론 증가율을 한자리대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이어 2개 이상 카드론을 사용하는 다중채무자 대상 대출에는 추가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등 규제도 강화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주요 수익원의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맹점 등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카드사 수익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 강화로 카드론 수익마저 끊길 위기에 처하면서 각 사가 신규 사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수장들은 전통 분야에서 벗어난 새 먹거리 발굴을 기치로 내걸었다.

카드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부동산 결제시장과 모바일 결제시장이다. 지난해 말부터 카드사들은 부동산 중개 업체와 손잡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더니 임대주택 시장까지 그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선 관련 시장 규모가 연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임대료 납부 시장은 전통적으로 현금 시장이었다”며 “기존에는 카드로 결제하지 않던 영역을 카드사들이 개척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은 지난해 6조원에 육박해 최근 2년 사이 5배나 성장했다. 최근 한국은행의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듯 소비자의 현금 사용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늘었고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사용이 확대되면서 모바일카드 보유 비중이 1년 만에 2배 남짓 증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각 카드사들은 모바일카드 출시나 모바일 O2O(온·오프라인 연계)존, 모바일 플랫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