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손규미 기자

 

얼마 전 모홍보팀 직원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불완전판매 민원’에 관한 다른 일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보통 불완전판매는 설계사가 수수료 수익을 위해 가입자에게 상품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고 판매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가끔 가입자가 상품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음에도 보험 해약시 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이 적어 ‘불완전판매’를 악용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보험금을 전액 돌려받기 위해 가입자가 ‘다 알면서도’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며칠 전 기자의 비약일지는 모르겠으나 의료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도 묘하게 이 사례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현재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실손의료보험과 헬스케어서비스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우선 4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실손의료보험 개정안’을 놓고 봐도 그렇다.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특히 날을 세우고 있는 부분은 ‘비급여’다.

보험업계는 의료계의 무분별한 비급여진료와 일부 가입자들의 의료쇼핑으로 인해 보험료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대부분의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이에 맞서 보험사들이 상품설계와 손해율 관리에 실패한 것을 두고 의료계의 탓으로 돌리며 핑계를 대고 있다고 강하게 대립했다.

이렇게 양 업계의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피해는 대부분의 가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코드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료계와의 합의가 좀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또한 진통을 겪고 있다.

보험사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는 ‘헬스케어서비스’ 산업도 의료계와의 갈등으로 인해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운동과 식이요법, 금연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기획, 상담 및 교육, 정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보험사들은 이 같은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들의 건강을 도모하고 손해율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가 보험사의 건강관리 서비스가 의료계의 고유 범위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결국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이 무산됐다.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단순 건강관리 서비스를 왜 직접적인 의료행위로 간주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전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 공청회’가 끝난 다음날에도 보험지와 의료지간에 다소 상이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보험쪽에서 공청회에서 나온 개선 방안들을 두고 나름대로 실효성을 논하는 기사를 썼다면, 의료지쪽에서는 저마다 보험사만의 이득을 대변하는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맹렬한 비난을 쏟아부은 것이다. 헬스케어서비스 산업에 대해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성역을 침범하는 잘못된 행위로 간주하며 절충안을 찾으려하기 보다는 보험사들을 자신의 이권을 빼앗으려는 세력으로 몰아갔다.

직접적으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누구보다 보험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또 ‘보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여러 차례 전해 들었다. 나와 통화를 진행했던 의료계 관계자는 “거 알 만큼 다 아실 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보험업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보험기자의 눈이 아닌 실손보험상품에 가입돼 있는 가입자의 눈으로 바라봐도 이러한 의료계의 불통은 다 알면서도 자신의 이권을 위해 민원을 제기한 위의 가입자와 그리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합의가 도출돼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실손보험과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의료계는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보험료 인상 여파를 맞고 있는 소비자들의 입장을 다시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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