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직구 한마디/손규미 기자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집에 벽지를 새로 바르고 리모델링을 한다 한들 그 집이 제대로 된 집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新 실손보험’을 바라보는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한 금융소비자 단체의 관계자는 개정상품을 두고 ‘트릭’이라고도 표현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약간의 구조만 변형해 보험료가 저렴해진 마냥 소비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개정상품을 바라보는 업계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아직 출시한 지 한 달여밖에 안된 ‘新 실손보험’은 저조한 판매고와 함께 설계사들에게도 냉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하지 않고 수박 겉핥기식 구조 개선만 이룬 결과다.

그리고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실손보험’ 문제는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 공약을 내걸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영보험이 보장하던 비급여 부문을 일정 부분 국민건강보험으로 옮겨와 ‘보험료 인하’를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도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문제가 되는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으로 옮기면 보험료 인상 문제는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재정 절벽’ 상태에서 출범한 현 정부가 보장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확보해야 할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떠다니는 상황이다. 곳곳에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해결하는 것만도 버거운 것이 현 정부의 실정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의료계의 입장에 대해 한 금융소비자 단체 대표는 “지금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고 있는 63%의 보장률도 낮춰야 할 만큼 나라 재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비급여부문을 국민건강보험으로 옮기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는 상황을 다 알면서도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는데 급급한 이익집단의 주장일 뿐이다”고 맹렬히 꼬집었다.

보험업계 또한 강력하게 ‘비급여 코드 표준화’를 요구하고 있다. 비급여 코드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 일관된 업계의 입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단순한 치료에도 의사의 재량에 따라 진료비가 책정되기 때문에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이 같은 비급여 진료를 코드화해 정확한 진료명과 금액을 정해놓지 않으면 막대한 보험금 누수는 지속될 것이고, 이로 인해 대다수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흔히 보험사는 가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공공재와 같은 성격을 띤다고들 한다. 그러나 보험사들 또한 결국에는 이익과 실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자동차보험료 인상 논란과 실손보험 사태에 대해 한 홍보팀 직원이 꺼낸 이야기가 있다. “보험사들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서 그런지 손해율이 악화돼 보험료를 인상하기라도 하면 안팎으로 뭇매를 맞는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결국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지 자선사업을 하는 곳은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충돌하는 현 시점에서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국민들의 가계 안정에 있어 ‘보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해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많은 문제를 떠안은 문재인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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