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대립 심화ㆍ금감원 감사 … 경영진 부실 평가 이은 ‘사면초가’

(금융경제신문 문혜원 기자)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100곳이 넘는 점포폐쇄 계획으로 씨티은행 노동조합과 대립하고,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예금 부당인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특별감사를 받는 등 잇단 악재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박진회 은행장은 이런 시급한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뉴욕 맨하탄 씨티은행 본사에 출장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금융당국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에서 지속적으로 해외 카드 부정 사용됐는데도 이에 대한 원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씨티은행 노조에서 제출한 고발서에 따라 당일 검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24일 오전부터 조사에 들어갔다”면서 “정확한 조사 과정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안으로 인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19일 씨티은행을 방문해 씨티은행 체크카드 해외 부정 결제와 관련한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팀 관계자는 “씨티은행 노조의 주장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며 “업무 처리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현장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 후 징계 수위 등을 결정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16일 씨티은행의 A플러스 체크카드 등 상당수가 불법 사용되면서 고객 계좌에서 자금이 유출됐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A플러스 체크카드의 부당사용 건수는 1만3000건, 피해액은 4000여만 원이다. 해커들이 한번에 10~20달러씩 돈을 빼 나가는 방식이라 피해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이 체크카드는 2014년 3월부터 신규발급이 중단됐으며, 현재 사용자는 약 1만5000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사측이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지금까지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씨티은행 측은 “지난해 6월 페이팔 등 온라인 가맹점에서 빈어택에 의한 부정거래가 발생해 즉시 피해 고객에게 연락하고 해당 카드를 정지시켰다”며 “사고가 발생한 가맹점 거래도 중지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정확한 것은 차후 금감원에서 발표할 것이다. 이후에 따라 사측에서도 결정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씨티은행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은행권의 카드발급 보안체제 및 미비한 구축에 대해 정부에서 더욱 강화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만약, 씨티은행측의 과실이 명백해질 경우, 전자금융거래법과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위반한 행위라 볼 수 있다”면서 “전자금융거래법상 금융회사는 부당한 전자금융거래가 발생하면 즉시 원인을 조사해 이용자에게 알리고 후속조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문제되는 해당 은행에 직접 방문해 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 볼 수 있다”면서 “차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실이라고 밝혀질 경우 부분 영업 정지 및 수입제재 등 다양한 방침이 나올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씨티은행 박진회 회장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해외 출장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와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앞서, 16일에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를 통해 “올해 내로 무기 일반사무 및 전담텔러 등 전담직원 300여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아마도 뉴욕 본사에 있는 걸로 추정된다”면서 “최근 논란이 되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관해 씨티 측은 “은행장님은 씨티은행 직원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기 위해 애쓰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면서 “현재 이번 주 중 계속 해외에 있을 것 같다. 행정 사항에 대해서는 밝혀드리기 어럽다”고 일축했다.

이어 “징계 부분 여부에 대해서 확실하지도 않기 때문에 추후 입장은 따로 발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금소원 관계자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외면하고, 정규직 전환 검토를 먼저 추진한다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실 정부를 기만한 행태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장 경영 취약한 부분이 드러난 행위”이라며 “국내 유일한 외국계은행으로서 매우 안좋게 기억되는 설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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