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빅데이터 활용 본격 착수 구축 돌입
당국, 고객 보안 리스크 등 가이드라인 모색

(금융경제신문 문혜원 기자)7월부터 금융사에서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를 내놓게 됨에 따라 관련 사업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고객의 인증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공유해, 한 번 본인 인증을 받으면 모든 은행에서 인터넷 뱅킹 등 전자금융 서비스를 쓸 수 있다.

특히 은행권 컨소시엄의 경우 하반기 공동인증 서비스 시범사업에 들어가면서, 빅데이터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바이오인증· 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적용 확산 조망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가 지난달 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기업군 20%가 글로벌 IT 기업을 포함한 통신, 자동차, 제조업, 금융 서비스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기계학습과 AI 관련 기술 개발과 응용을 주도하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사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글로벌 IT기업과 같은 첨단기술, 통신, 금융서비스가 향후 3년 내 AI 분야 선도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령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AI 최적화 사기 탐지 시스템의 정확성과 속도가 개선돼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또 이 산업에서 관련 특허와 지적 재산권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발표한 ‘2016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 및 유관기관 등 총 203개 기관의 IT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금융IT 트렌드 전망으로 69.5%(141명, 복수응답)의 응답자가 ‘금융권 빅데이터 본격화’를 꼽았다. 이어 ‘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 경쟁 심화(51.7%, 105명)’, ‘블록체인 기반 금융혁신(49.3%, 100명)’ 등의 순이었다.

김정규 한국은행 전자금융기획팀장은 “핀테크와 관련한 빅데이터, 모바일, 블록체인 등이 당분간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은행을 중심으로 한 핀테크 업체, 모든 금융사가 빅데이터 사업모델을 통해 디지털 금융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중심 ‘빅데이터’ 도입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각 은행별이 ‘오픈데이터 시스템’ 도입을 계기로 여신심사 때 고객 연령·직업 탈피 및 평판·상담 등 비정형 자료 활용한 빅데이터 전담 신설 등 플랫폼 구축에 나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지주사와 계열사의 고객 데이터를 모두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독립기관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를 하나은행에 편입한 후 연구소 내 ‘빅데이터 전략센터’를 신설했다. 고객의 은행 홈페이지, 콜센터에서의 행동패턴 등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여신심사를 정교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금융권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 인프라’ 구축사업에 LG CNS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최근 빅데이터 전문가 김철기 한국금융연구원 교수를 빅데이터본부장으로 영입해 플랫폼 고도화 작업에 나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조직 개편으로 인해 구체적인 경영전략은 아직 나오지 않는 상태이지만, 이달 20일 전 후로 경영전략 회의가 있음에 따라 디지털 IB 사업계획 구두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KB디지털 ACE 아카데미’ 과정을 신설해 전직원 대상 빅데이터 교육을 진행 했다.

IBK기업은행은 이미 지난 1월 기존 마케팅 전략부를 미래채널부로 바꿔 빅데이터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상 정보, 계좌이체와 입·출금시 용도 등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 부실 여부를 예측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여신심사 과정에서 KT의 통신정보와 함께 온라인 결제회사인 다날, KG모빌리언스의 결제정보와 GS25의 결제내역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행권이 빅데이터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4차 산업이 강조되며 빅데이터 활용에 가로막으로 작용한 개인정보 보호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태스크포스(TF)는 회의에 따르면, ‘오픈데이터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도 ‘금융 빅데이터’를 다양한 관점에서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제도보완에 나서고 있는 것.

이에 지난 1~2년간 ▷신용정보 및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정의 정비 ▷고객정보의 비식별화 조치와 가이드라인 제정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간 DB공유 허용 방침이 제시됐다.

앞서 지난 3월 금융보안원과 한국신용정보원은 금융회사, 핀테크기업 등 금융 빅데이터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참여하는 금융 빅데이터 협의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전자금융업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 187개 기관이 참여한 이 협의회는 빅데이터 분석·활용 모범 사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기법 등 빅데이터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김연준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 과장은 “빅데이터 범위는 이미 정형·비정형의 범주를 넘어선지 오래다”라며 “분석가능한 모든 것이 이제는 빅데이터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같은 데이터라도 분석하는 각도에 따라 전혀 새로운 관점이 생기고, 또 거기에서 금융 비즈니스 영역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빅데이터는 단순히 대출이율 산정을 위한 신용정보 분석뿐만 아니라 금융사기방지, 자금세탁 등 규제대응 분야와 상권분석, 자산운용, 점포전략 등 상당히 광범위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 비정형 데이터 대상 가속화 조짐

금융권의 비대면채널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개인주의화 적인 현대인들의 특성상 잘 반영된 비정형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빅데이터 기법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은행, 2금융권, P2P대출업체 등이 대출 판단의 자료로 활용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SNS상에 나타난 개인의 호감도, 신뢰도, 평판관리에 매우 유용하다는 평가다.

㈜핀테크는 올해 상반기에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서비스인 '핀크(FINC)'를 선보였다. SNS(사회관계망), 실제 소득금액, 재직회사정보, 보험납입금액, 예적금 계좌 잔액등 그동안 전통적 신용평가사에서 활용하지 못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그동안 국내 CB(크레디트뷰로·Credit Bureau: 개인신용평가회사)에서 활용하지 않았던 개인의 소득금액, 재직회사정보, 이직횟수, 보험납입금액, 예적금잔액등 7개의 핵심변수와 20여개의 오버라이드(override)항목을 바탕으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한다.

핵심변수와 오버라이드 항목들의 조합을 통한 스코어카드가 구성됐으며, 사회초년생과 비사회초년생으로 구분해 구성됐다. 고객 개별 다양한 빅데이터를 자체 구축한 IT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하며, 머신 러닝 기술인 핀크봇(FINCBOT)이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 및 발굴해 활용한다.

이와 함께 개인의 주민등록등초본, 급여입금 내역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고객이 대출신청시 별도로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 100% 다이렉트 대출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석 은행보험실 실장은 “은행은 핀테크와는 달리 아직 관계형 금융기관이라는 명백한 차별화 점이 있어 디지털 혁신이 진전될수록 사업모델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빅데이터 분석하는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수익 창출이 이에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데이터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앞으로 금융권 전역으로 확산해 늘어갈 텐데, 균형적으로 보면 은행 고유의 추가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형석 실장은 이어 “은행권이 핀테크 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로 인한 리스크 보안 및 철저한 분석 데이터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다양한 추가적인 모델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빅데이터 활용도 위한 정부 규제 완화 및 가이드라인 구체화돼야 

빅데이터의 활용도를 위해서 정부의 규제 수준을 완화하고 가이드라인을 더욱 구체화해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성희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 부부장은 11일 한국은행이 개최한 전자금융세미나 ‘디지털혁신과 금융의 미래’에 참석해 “정부의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보 손실량이 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크다”면서 “가이드라인을 완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제정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를 활용할 때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개인정보를 익명화 또는 범주화 하도록 한 조치다. 이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도입됐지만, 빅데이터만의 장점인 데이터의 포괄성과 시의성 있는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패널토론회에서 “빅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가 상충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암호화 기법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현재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비식별화 기법들보다 좀 더 개선된 방법을 찾기 위해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김연준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핀테크와 관련해 기업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다보면 현재 당국이 운영하고 있는 법제도와 충돌하는 문제가 항상 가장 심각하게 제기된다”면서 “업계의 규제 완화의 요구에 대해 소비자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성 등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 보안상에도 안전하고, 정보 손실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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