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정책 금융민주화 개념부터 다시 숙고해야
(금융경제신문 문혜원 기자)지난 1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무난한 후보라는 세간의 평가와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청문보고서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채택됐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정의연대가 최 후보자의 문재인 정부 ‘금융소비자중심의 새로운 금융정책’을 실현할 적임자가 맞는지 의구심이 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18일 금융정의연대에 따르면, “최 후보의 답변을 들을수록 의구심과 걱정이 깊어가는 하루였다”면서 “가계부채 대응방안의 원인진단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실상은 박근혜정부가 전월세 난민들의 주거불안을 방치하고, 빚을 내도록 부추겨서 의도적으로 띄운 측면이 강하다. 단순한 시장 호황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는데도 부적절한 표현을 고집한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최 후보자는 K뱅크 등 인터넷은행 인 허가와 당면한 은산분리 문제에서도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다”면서 “원칙적으로 은산분리는 지켜져야 하지만, K뱅크는 일단 허용하자는 식의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며 신뢰를 줘야 할 금융위원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투기자본 론스타 먹튀 사건에 대한 부분을 거론하면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금감원 자료를 토대로 판단했다고 답한 부분이 책임을 회피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사회가 이미 론스타에 관한 비용을 치렀다고 인터뷰한 내용에 대해서는 일리 있다고 답했다. 론스타가 제기한 ISDS의 원인을 금융사 부실에서만 찾았고,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실이 나오지 않게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기대 이하의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출 최고금리 정상화에 대한 입장도 실망스럽다는 주장이다.
최 후보자는 청문회서 “취약계층이 사채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고, 일본에서는 다시 높여야한다는 국회논의가 있다”며 “인하를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정의연대는 “2006년 대금업 법 개정으로 20%이하의 강력한 대출금리 규제를 11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서민들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채무자의 권익보호와 패자부활보다는 채권자 편향적인 사고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최 후보는 주식회사 국민행복기금의 이익배당 문제에 대해 부실채권을 시가보다 싸게 사왔기 때문에 당초 취지대로 돌려주는 게 옳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가격이 저렴해진 것은 채권자들의 선한 의지라기보다, 대규모 매입채권들이 장기간 연체된 부실채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채무조정 및 대출기능이 뒤섞여 발생하는 이해충돌에 대해서도 “이해충돌이 없고, 오히려 원스톱 서비스로 편의를 제공한다”는 등 수긍하기 힘든 말잔치를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금융농단사건의 해결 의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최후보자는 하나은행-삼성-최순실·박근혜로 이어지는 금융농단에 대해서도, 사법판단을 기다려 조치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삼성물산-재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이재용 부회장만 재판을 받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정 당시의 시행세칙 변경 건에 대한 금융위 차원의 내부조사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자, 감독을 생각해보겠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정의연대는 “적폐청산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과제를 맡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관리하되, 채무자의 소득향상과 취약계층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칙, 주택(보증금)담보대출 채무자의 책임을 주택가격에 한정하는 비소구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점, 유사투자자문업체 피해에 대한 근절 의지,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신설을 비롯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태도라고 봤다.
하지만 아직도 지나친 비밀주의 아래 계속되는 론스타와의 ISDS, 10년째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들만 방치되고 있는 신한사태 및 키코사태를 비롯해 씨티은행의 전격적인 지점폐쇄에 따른 금융이용자 차별 및 피해 구제문제, 하나은행 인사 및 경영 개입 등 최순실 금융농단사건들까지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정확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지적했다.
한편,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13일에 발송한 최종구 후보자에 대한 질의서에 대한 신속하고 성의 있는 답변을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금융정의연대는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더라도, 금융소비자들의 알권리를 홀대해서는 안 된다”며 “청문보고서 채택으로 취임이 기정사실화 된 최종구 후보자는 다시금 문재인 대통령이 표방한 금융민주화 개념을 숙고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16.4%로 인상해 최저임금 1만원 실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듯이, 금융영역에서도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