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기치 문재인 정부 금융권 '낙하산' 악습 그대로
소비자도 인사 참여 등 통해 정치권 개입 소지 줄일 필요

최근 금융권 인사에 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낙하산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조차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자,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인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나섰다. 사진은 청와대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권 인사들 왼쪽부터 최흥식 금감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금융경제신문 문혜원 기자)최근 금융감독당국 수장들에 이어 금융공기업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진행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장과 산업은행장, 수출입은행장 임명에 대한 특정인사의 막후 개입설 등이 금융권에 회자되면서 과거 정부와 똑같은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BNK금융 회장에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내정되면서 국내 최대 금융기관 중 하나인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에 정부가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사의 인사 교체가 정치권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외풍 바람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금융권 최흥식 금감원장 임명 이해불가청와대 인맥 거센 비판
금융권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임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최 원장의 내정 과정에서 집권여당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 노조의 반발이 크다. 노조는 최 원장이 취임한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금감원장 인사가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는 금융위를 견제하기 위해 민간 출신인 최 원장을 임명했다고 하지만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회사에 포획 당할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으로 당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측근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그를 금감원장으로 임명하면 금감원은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치권도 “최 원장이 금융권 적폐세력을 청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재호 의원은 지난 7일 "금감원의 적폐를 혁신하고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투입돼야 한다"며 "최 원장의 금융권 인맥이 얼마나 많겠냐. 시장 프렌들리한 인사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은행권의 로비나 요구가 많을 텐데, 금융권 규제를 맡을 금감원 원장이 시장 친화적으로 가서야 되겠느냐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BNK금융 회장에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 내정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는 지난 8일 3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지완 후보자를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의 내정은 그동안 순혈주의로 이어졌던 BNK금융에 부패 척결과 자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김지완 부회장의 인사가 공개된 이후 하나금융그룹 출신 인사라인으로 인한 낙하산 논란이 거세다.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등학교 동기동창이어서 대통령 선거 전부터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지완 BNK금융회장 내정자는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일했다. 이번 인사로 외부 출신 첫 BNK금융 회장이란 타이틀을 갖게 됐다. 

BNK금융은 그동안 엘시티 특혜성 대출 의혹과 자사주 시세 조정 혐의에 따라 최고경영자가 잇달아 교체됐고 검찰과 금융당국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굴욕을 당하면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노동조합이 김지완 전 하나은행 부회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인사 태풍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부산은행 노조는 김 내정자를 이미 '부적격 낙하산'으로 규정한 바 있다. 정치적으로 '2012년 대선 문재인 캠프 참여', '정치권 줄 대기 의혹'을 들며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정치권 보은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70세를 넘은 고령', '은행권과 거리 먼 증권업 경력' 등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김지완 후보자를 반대하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김 후보자가 출근하게 되면 출근 저지 등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BNK금융지주는 과거 성세환 회장의 주가조작과 관련해 금융지주 내부 자체적으로 인사권 결정하는 데 있어 많은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현 노조의 반발도 바로 그러한 우려 때문에 일어난 부분이고, 정권의 힘을 입은 낙하산 교체에 대한 부분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노사간에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인사권 잡음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현 이사회의 인사권한에 대한 금융권의 오래된 관행을 없애야 한다”면서 “인사권한 결정을 이사회를 통해서가 아닌 노동조합 추천이나 국민연금 추천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적임자를 찾을 수 있는 확대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외풍 바람…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잠시 ‘일시정지’됐던 금융권 후속 인사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내정됐거나 유력 후보로 떠오른 인사들의 정치 이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청와대의 강력 추천으로 발탁됐으며, 차기 산업은행 회장엔 이동걸 동국대 교수가 내정됐다. 이 역시 장 실장·최 금감원장과 경기고 동문이라는 학력인맥이 크게 작용했다.

이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노무현 정부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또 은성수 수출입은행장도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다.

더구나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 금융사까지 정치권의 손길이 닿고 있다. 대표적으로 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그렇다. 김 전 부회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엔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자문을 맡았었다. 김 전 부회장이 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르자 ‘낙하산’ 논란이 벌어졌다.

시중은행들 중에선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뿌리깊이 관여해온 ‘관치금융’을 지적하고 있다. KB금융이 지난 2008년 지주체제로 출범하면서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등 3대 회장직을 낙하산 인사로 채웠기 때문이다.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KB금융의 태생적 한계가 이번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 그간 KB금융 최고경영자 자리엔 어윤대·임영록 등 정치권이나 관료 출신이 꾀차고 있었다.

윤종규 현 회장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인선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최근 비공개로 추려진 7명의 숏리스트엔 외부인사 3명도 들어가 있어 업계의 궁금증을 중폭시키고 있다. 

지방 은행에서는 DGB금융지주 박인규 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였다. 박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냈던 영남대 출신으로, 금융권 ‘최경환 라인’으로 꼽힌다. 내부 투서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연말 연초 정권 교체기와 맞물린 박 회장의 재연임 여부를 결정하던 시기부터 번지면서 내부 알력과 정치권 입김에 따른 ‘지배구조 흔들기’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금융사들이 정치적 입김의 영향을 받는 것은 소비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인사체제 불균형을 낳고, 적극적인 금융산업 가치에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이러한 폐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이 필요없는 금융시스템을 바꾸고 임명권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CEO경영능력 평가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성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이제 금융사 인사 추천여부도 소비자가 개입해 투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은행 전산시스템을 이용한다든지, 인터넷 추천을 통한 시민 개입방식으로 금융사의 적합한 주인공을 뽑는 체제로 가야 금융사 공공성에도 훼손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지금 정부는 말로는 권력 규제라 외치고 있지만 고스란히 금융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철학으로 금융수장을 갈고자 하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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