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방침에 따른 눈치보기 전략 지적
청년들 취업 전문성 살린 채용항문 필요

13일 열린 금융권 공동 청년일자리 박람회에 각 시중은행 면접에 참여한 지원자들의 모습

(금융경제신문 문혜원 기자)13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은행, 보험, 증권 등 총 52개 금융사들이 공동으로 일자리 채용 확대 박람회를 열었다. 이번 일자리 채용 박람회의 핵심은 ‘블라인드’채용이다. 즉, 스펙을 평가하지 않고 지원자 개인평가를 고려해 업무역량에 힘을 쏟는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대대적으로 개최한 첫 금융권 블라인드 채용박람회는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7000여명의 취업준비생들이 몰리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과연 이러한 블라인드 일자리 채용이 얼마나 실효성이 반영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정권의 일자리 확대 방침에 따라 기업에 이어 금융권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는 좋지만, 일회성에 그칠지에 대해서는 장기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한국 청년 일자리 최저 수준, 블라인드 확대 얼마나 기여하나?

새 정부의 정책 중 일자리 기여 확대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금융권까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여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청년 일자리의 좁은 문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블라인드 채용’여부의 실효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13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8월 고용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74만명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폭은 지난 2013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난달 취업자 수는 20만명대로 하락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해 동월 대비 0.1%p 상승한 9.4%로 1999년 8월 이후 최고 수치 기록했다. 실업자는 1001명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라인드 채용 실효성… 아직은 일러 

이날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 보험·증권·카드사 등 금융권 53개 참여해 채용 상담 부스를 설치하고, 구직자를 상대로 전형을 안내하거나 원서를 접수했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채용박람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현장 서류 전형 겸 약식 면접을 했다. 면접 통과자는 일반 서류전형 합격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금융권이 이번 하반기 채용 확대 키워드는 ‘블라인드’로 청년 실업 해소에 나설 것으로 밝혔으나, 막상 지원자들은 블라인드 진정성에 대해 아직은 이르다는 반응이다.

블라인드 면접은 박람회장에서 지급받은 공동서류를 취업준비생들이 작성해 현장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자는 서류에 이름, 주소, 휴대폰 번호 등 학력을 제외한 신상을 기재한 후 면접을 보게 된다.

국민은행 면접을 끝낸 지원자 ㄱ씨는 “대학 졸업 후, 스터디과정을 거치고 이번 채용박람회 면접을 위한 여러 과정을 준비했다”면서 “국민은행을 지원하게 된 동기는 이미지가 좋아서”라고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 핵심에 대해서는 아직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ㄱ 씨는 “솔직히 면접과정에서는 특별한 질문사항은 없었고, 이력서 등을 확인할 때 약간의 학군이나 전공 등을 좀 더 살펴보는 듯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지원을 했던 한 지원자도 “사실 진정한 블라인드 채용까지는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면서 “기존처럼 화려한 스펙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학군과 영어 능력 등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앞으로 이런 계기로 블라인드 채용 일자리 확대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나은행에 지원했던 ㅂ 씨도 "오늘 박람회에 참여하기까지의 과정은 꽤 고단했으나, 그래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만족한다"면서 "생각보다 은행별로 질문들이 달라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면접관의 친절한 태도로 인해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 면접자들이 너무 몰린 탓에 원하는 곳에 대기하기까지의 시간이 꽤나 많이 걸렸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원자는 많은데 한 번에 4명 씩만 면접을 보다 보니 사실상 6개 은행 중 1~2곳에만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면접을 대기하던 한 지원자는 "오전 7시30분부터 기다려 6시간을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며 "대구에서 어렵게 올라왔기 때문에 아까워서라도 꿋꿋이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박람회에 인원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한번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면접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은행권, "스펙, 추천 등 모두 배제했다" 한 목소리 

은행권의 경우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를 전년 동기 대비 30%이상 늘렸다. 청년실업 해소에 은행권이 앞장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박람회에서는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기업·농협 등 6개 은행은 참석자들에게 선착순으로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해 아침부터 수백 명의 구직자들이 몰려들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동기보다 2배 늘어난 약 300명 규모의 신입 행원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또 공개채용 300명 중 ‘디지털 금융 경력직’채용을 대폭 늘린다. 상반기에는 이미 개인금융서비스직군(텔러)등으로 200명을 채용한 상태다.

이번 박람회 통해서는 400여명 채용될 예정이다. 학력과 연령 등의 지원 자격 요건을 두지 않았다. 입사지원서에는 자격증, 어학 점수 항목을 없앴고 100%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해 직원을 선발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신입사원을 비롯해 하반기에 약 500명 규모의 채용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미 상반기에 30명을 뽑은 신한은행도 하반기 450명을 추가 채용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번 블라인드 채용 박람회에 앞서 이미 지난 5년간 이러한 채용 여부 반영을 위해 나름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이다.

신한은행은 업무 특성에 맞는 인재 선발을 위해 ‘분야별·직무별 채용’을 시작한다. 전체 채용 규모는 전년보다 늘어난 450여명으로, 18일까지 입사원서를 접수 받는다.

채용 분야는 ‘디지털/빅데이터’ ‘글로벌’ ‘IT’ ‘IB/자금운용/리스크’ ‘기업금융/WM’ ‘개인금융’ 등이며, 각 분야별 맞춤형 채용이 이뤄진다. 지원자는 분야별 직무와 필요역량을 기술한 직무기술서 등을 작성해야 하며, 업무와 무관한 항목은 삭제해 제출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빅데이터 분야 지원자는 정형화된 자기소개서 대신 수행 과제에 대한 아이디어 및 솔루션을 제출해야 한다.

신한은행 채용담당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기존 획일화된 채용전형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직무별 필요 역량을 집중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해당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중 기업은행은 특히, 타 은행권에 비해 모든 스펙을 고려한 항목들을 배제해 진정한 블라인드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채용인사 담당자는 “자기소개서 평가 비중을 강화했다”면서 “사진, 생년월일, 성별, 최종학력, 최종학교명, 전공, 학업성적 등 7개 인적사항을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금융 시대를 맞아 IT계열 전공자들을 우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지난해 하반기 190명에서 올해 250여명으로 신입채용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채용 인원에는 250명 예상한다”면서 “그간 고려해온 일자리 확대지원 방침에 따라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 아직 갈길 멀어

이번 박람회 준비 박차와 달리 업계에서는 시중은행들의 입사지원서가 여전히 지원자들의 학력 사항과 어학 점수 등을 상세히 기입하도록 돼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 무늬만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은행들은 증명사진이나 자격증 등도 제출하도록 해 서류 전형에서 지원자들이 학벌, 나이 등으로 필터링 되며, 은행들이 내세우는 블라인드 채용 취지가 사실상 무색해 보인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준비가 미흡해 보이는 것 역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평가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지원자의 실무 역량을 중점적으로 판단한다는 은행들의 얘기와 달리 하반기 공채 방식은 기존의 채용 과정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면서 “진정한 블라인드 채용을 하겠다면, 각 은행별 채용 핵심을 제대로 홍보하고, 현 청년 일자리 관련 희망에 따른 다양한 이력 등을 살피는 등의 전문성이 잘 반영된 채용체제로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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