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투입 건강보험 보장률 70%까지 올려
보험업계 골치덩이 ‘비급여’서 해방 환호성
실손보험 역할 상실에 보험관심 하락 우려도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가 보험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일단 비급여 항목 개선으로 손해율 개선이 예상돼 반색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보험의 필요성 저하를 불러와 보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금융경제신문 손규미 기자)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금융에 주력하겠다고 밝히면서 가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보험’ 과 관련한 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문 정부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건강보험 강화 보장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보험업계에는 상당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문 케어로 인해 민영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하락하면서 보험료 인하가 가시화되고 소비자의 니즈가 감소하면서 민영보험의 입지가 급격하게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건강보험의 재원 조달과 이전 정부들이 실패한 비급여 풍선 효과 등의 문제를 문 정부가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건강보험 역사 일대 사건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9일, 의학적 비급여를 점진적으로 전면 급여화하겠다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발표된 정책의 주요 골자는 총 30조6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오는 2022년까지 기존 63%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3800여개의 비급여 항목을 예비급여로 적용해 점진적으로 2022년까지 전면 급여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예비급여로 적용되는 항목은 본인부담률을 30~90%로 차등해 5년여간 평가한 이후 급여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문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대해 보험업계는 몸살을 앓아 왔던 ‘비급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데 대해 반색했다.

그동안 실손보험이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켜 온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 ‘비급여’ 때문이다. 민영 실손보험이 출시된 이후 10년간 저렴한 보험료에 비해 민영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의료비의 범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비급여’를 수익의 방편으로 삼는 일부 의료진과 일부 가입자의 무분별한 의료쇼핑으로 인해 손해율이 해가 갈수록 급증하기 시작했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은 2013년 123.0%, 2014년 131.2%, 2015년 129.0%로 130%를 육박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손해율로 인해 ‘실손의료보험’은 보험사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보험업계는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면 치솟고 있는 손해율을 가라앉힐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가의 보장도가 높아지는 만큼 민영 실손보험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상품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무용론’ 또한 대두되고 있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민영 실손보험의 니즈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가의 보장도가 높아져도 실손보험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며 건강보험료를 급격히 인상하기 어렵다면 민간보험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비급여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단계적인 급여나 예비급여를 통해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되는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3~5년여간의 급여화 분류 작업 기간 동안 예비 급여로 분류된 항목이 전부 급여화 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가입한 실손보험은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 되더라도 비용 대비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고가의 항암제 치료, 로봇 수술 등은 본인 부담률이 90%까지 적용될 수 있어 본인 부담률이 높은 항목의 진료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실손보험이 필요하다는 게 생보협회의 설명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기존 암보험이나 CI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가입자들의 경우 국가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로 인해 상품을 해약해야 하느냐는 문의를 많이 하곤 한다”면서 “그러나 국가는 환자의 치료비 부분만을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료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 간병비 부담을 염두해 매달 생활비를 지급해주거나 간병비를 보장해주는 정액보험 상품도 해약하지 않고 유지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9일,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2.04%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정부는 건강보험료 인상 폭을 과거 10년 평균 수준인 3.2%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발표한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20조원의 누적적립금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정부 지원금과 건강보험료 수입의 증대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수치는 급여 확대로 인한 빈도 증가 가능성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건보료의 인상폭이 상당히 높아야 정부가 목표하는 선진국 수준의 70~80%의 보장률 달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보장률이 급격히 개선되기 어렵다면 여전히 민간 보험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비급여 효과적 통제 가능한가

보험업계는 ‘문재인 케어’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초점은 ‘비급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정권에서도 줄줄이 ‘실손보험’에 대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나섰으나 새로운 비급여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른바 ‘비급여 풍선효과’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는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급여 진료로는 의료기관의 수익성을 보전할 수 없게 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비급여’를 통해 수익을 의존하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비급여의 문제점인 과잉진료를 잡기 위해서는 적정 수가 보전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건보료 및 수가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선별급여 적용항목 확대 및 신포괄수가 확대 등의 추진으로 실손보험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비급여 풍선효과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쇼핑을 제한하는 실손보험 상품 개편에도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구조의 기존 실손보험 상품을 개선해 ‘新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4월에 신상품이 출시됐으며, 1년여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18년부터는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 판매만이 허용된다.

당국은 과잉진료가 빈번한 보장내역을 3개의 특약으로 구분해 기본형의 보험료를 유지하면서도 특약형의 보험료를 조정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新 실손보험은 보험업계, 가입자들 양쪽에게 외면을 받으며 저조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후에도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에 대한 전면 개편 검토와 온라인 활성화를 언급했다. 지난달 17일 금융위원회 김용범 부위원장은 ‘2017년 하계연합학술대회’ 발표를 통해 실손 보험의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따른 손해율 하락효과 분석 및 구조의 전면 개편 검토와 유병자, 은퇴자 등에 대한 실손의료보험을 도입해 보장 사각지대 해소하고 보험다모아, 포털, SNS 연계들을 통해 보험사간 가격 경쟁등을 촉진하겠다고 언급했다.

과잉진료·의료쇼핑은 규제

금융위는 일부 의료진과 가입자의 과잉진료·의료쇼핑을 제한하는 방식의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온라인 가격 비교를 활성화해 신규 상품으로의 교체를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건강보험을 정부와 통제하는 것과 달리 그동안 비급여를 통제하는 기관이 없어 비급여에 대한 문제가 심화됐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 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가 시행되면 실손보험의 손해율 하락으로 인한 보험료 인하 등과 동시에 소비자 니즈의 감소, 상품 구조 개편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정부는 실손보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 수가 개선 및 체계적인 비급여 관리를 통해 이전 정부의 행보를 답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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