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의원, 37개 현장 중 31개 현장에서 ‘실링·고결’ 공정 적정시간 미준수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터널공사에서 세부공정 기본 소요시간을 어기거나 재료를 임의로 투입하는 등 부실시공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위원인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강관다단그라우팅 공법’이 적용되는 37개 현장 중 미착공 현장을 제외한 31개 현장에서 ‘실링·고결’ 공정의 적정시간인 24시간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터널보강 ‘강관다단그라우팅’은 터널 시공중 발파 충격에 의해 암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고 연약지반과 같은 굴착면의 안정, 상부 암반의 틈과 지하수 등에 의한 붕괴방지를 위해 우산 모양으로 강관을 삽입해 구조적 보강을 하여 터널의 안전한 시공을 하는 공법이다.

지난 2011년 9월 경북 봉화군 국도 36호선 확장공사 광비1터널 내부에서 터널 천공 작업 중 붕괴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고속철도 터널공사를 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국무조정실 부패척결단 감사에서 같은 공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국무조정실의 지적을 받은 후 마련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교육자료에 따르면, ‘실링·고결’ 주입재(실링재)가 충분히 팽창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24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24시간의 굳어지는 시간이 필요한 설계서 상의 벤토나이트와 시멘트를 혼합한 실링재를 사용하지 않고 7분∼15분이면 굳어지는 규산과 시멘트를 혼합한 주입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31개 현장 중 27개 현장에서 벤토나이트와 시멘트를 혼합해서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 의원실 측은 “주입량을 기록한 유량기록지를 확인해 본 결과 많은 현장이 사실과 달랐다”며 “유량기록지에는 벤토나이트의 사용기록이 없거나 일부 공정이 생략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밀양∼울산 구간 웅천2터널 등 3곳은 규산과 시멘트를 혼합한 주입재를 사용했으며, 1곳은 아예 시멘트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교육자료에서 실링재 등 주입재를 벤토나이트에서 규산으로 대체할 경우 실링 부위가 조기경화되어 그라우팅(시멘트 풀 주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 의원은 “철도시설공단이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시공관리 부실 외에 세부공정 생략, 공사비 과다 청구 등의 문제를 지적당했다”며 “도로공사 터널시공 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관리책임이 있는 도로공사가 세부공정에 대한 정확한 기준도 마련하지 않아 시공사들의 부실시공을 방치한 의혹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터널공사의 부실시공 문제를 철저히 규명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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