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앞장 보험료 인하 연일 강공 드라이브
시장논리 실종 무차별 강요에 보험사 공포특급

정부의 보험료 인하 압박속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보험회사 CEO들 앞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가 급여화 된 만큼 실손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논리 조차 무시한 무차별적인 보험료 인하 압박은 심각한 부작용도 내포하고 있어 신중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융경제신문 손규미 기자)정부가 보험료 인하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지속하면서 보험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시장 논리를 고려하지 않고 정부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보험회사 CEO 및 경영인 조찬 세미나’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으로 실손의료보험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보험료 수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하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피력했다.

최 위원장은 세미나에서 내년 4월 출시 예정인 ‘유병자 실손보험’에 대한 차질 없는 준비도 주문했다. 그는 “질병 이력이나 만성 질환이 있는 분들도 실손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업계 전체가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내년 출시 예정인 ‘유병자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 주도로 출시됐던 보험 상품들이 대부분 가입자, 보험사 모두에게 외면받으며 시장에서 사장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에 출시될 ‘유병자 실손보험’ 또한 기존 상품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 아래 여러 정책성 보험 상품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소방관 보험, 유병자·은퇴자를 위한 실손보험 상품이 그것이다.

정부는 ‘보험’에서 소외돼 있는 위험직군, 사회 취약계층 등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로 상품 출시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시장 논리를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일례로 ‘노후실손보험’을 들 수 있다. 노후실손보험은 보험 보장을 받기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지난 2014년 정부와 당국 주도로 출시됐다. 하지만 손해율이 높은 고령층을 받아들이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보험사의 미진한 판매와 일반 실손보험에 비해 높은 자기부담률 등의 요인으로 가입자, 보험사 모두에게 외면 받은 실패한 상품이 됐다. 게다가 정부의 요구로 통계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상품을 출시한 까닭에 일반 실손보험과 동일 요율을 적용해 보험료를 과다하게 부과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내년에 출시 예정인 ‘유병자 실손보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유병자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도 2년간 치료 여력이 없으면 가입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미 ‘간편심사보험’ 등과 같은 이름으로 비슷한 상품이 대거 출시되어 있고 일반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후실손보험’처럼 가입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유병자보험 상품은 대거 출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유병자 실손보험은 기존 상품에 실손을 얹어 재출시한다는 느낌이 강하다”면서 “정부가 보험료 책정에 관여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인해 보험사들 또한 적극적으로 판매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를 대변하는 단체에서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소방관, 유병자·은퇴자 등을 위한 처우 개선은 국가에서 해야함이 옳은데도 정부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영보험사에 이 같은 역할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도 시장의 논리를 고려하기보다 정부 눈치를 보며 보험료 인하를 종용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유병자 은퇴자 실손보험 출시보다 현행 실손보험의 과잉진료 방지와 비급여 표준화, 보험료 산정 등 혁신적 개선을 통해 정상화시키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조남희 대표는 “소비자 권익 보호 및 피해 구제와 관련된 산적된 현안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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