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잔여지분 매각 내년 미뤄 온갖 설 난무 주가도 급락
경영공백 해소·조기민영화 등 통해 미래 청사진 제시 필요

(금융경제신문 문혜원 기자)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에 대한 잔여 지분 매각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그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다.

정부가 우리은행 보유지분 매각에 대해 시급히 해결할 과제로도 제시했던 점과 주가가 높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올해안에 매각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었던 상황에서 최근 채용비리 여파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연내 매각이 무산됐다는 평과 함께 전문가들은 행장 공석 메우기, 민영화 우선이 시급한 해결 과제라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퇴표명과 경영상 변수 차질 빚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잔여지분 18.5% 가운데 7% 지분을 내년에 파는 잠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금융권 전문가들은 사실상 연내 매각이 무산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앞서 12일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의 우리은행 주식 4732만주(지분율 7%) 매각 대금을 내년 수입으로 잡은 2018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은 예금보험공사에 설치된 기금이다. 이를 이용해 우리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우리은행 지분을 팔아 회수하고 있다.

최근 2년 주가를 적용했을 때 우리은행 지분 매각 대금 5000억원을 비롯해 1조원 규모의 지분을 팔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정부는 또 우리은행 주식과 함께 한화생명 5374만주(지분율 6.2%), 서울보증보험 175 주(지분율 5%) 등을 매각 목표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계획이 이광구 행장의 사퇴표명과 더불어 행장 부재가 주가하락과 함께 매각 가능성을 불안하게 했다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향후 정부 지분 추가 매각이나 금융지주 전환 작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1만5500원선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다. 최고가에 비해 20% 이상 급락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구조개선정책과 관계자는 “매각 가능성은 필요하다고 느끼고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우리은행 경영상 여러 차질이 생긴 변수로 인해 내부적인 논의를 비롯해 시장여건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리부 관계자는 “공자위의 논의 거쳐서 결론난데로 매각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며 “최근 이사회에 빠지게 된 것은 우리은행 이사회측에서 결정된 사항이므로 예보의 권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올해 초 연임과 함께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 18.78% 매각과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다. 지난해 11월 15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우리종합금융·우리에프아이에스 등 8개 계열사 구조로 이뤄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반면 우리은행 측은 현재 공석인 은행장 자리를 메우기 위한 임추위 이사진들이 빠른논의 과정과 더불어 매각 추진 및 민영화, 우리금융지주전환에 대해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행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인식해 하루빨리 새로운 은행장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매각이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는 것은 시기상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따른 것일 뿐, 매각 가능성이 무산됐다는 판단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과점주주간의 불합리한 태도도 문제

우리은행 매각 가능성에 부정적 시각의 하나로 과점주주간의 부당한 태도 및 의견 불일치 행태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전에 나서지 않았던 부분 등의 탓이 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거 우리은행은 정부에서 자유로운 실질적 민영화 후 이사회는 새롭게 구성되기도 했으며, 민영화 초기에는 예보가 “민간주주에 전권을 주겠다”며 자발적으로 임추위에서 빠진 행태를 보였다. 이번에도 예보의 이사회 구성에서 빠지겠다는 의견 표명이 우리은행의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라는 뜻으로, 은행장 채용 절차에서 예보 몫의 비상임이사를 제외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오락가락 의견 불일치를 불러와 업계의 혼선을 줬다는 평가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은행의 과점주주가 들어온 과정들이 사실 깔끔하지 못했다”면서 “예보가 최대주주로 나서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가 불리한 상황이 될 것 같으니까 또 빠지겠다는 식의 모습은 공공기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이어 “산업자본 구성원이 간접투자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은행법의 은산분리를 원칙상 위반한 것이며, 매각의 극대화를 위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은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재는 이 행장 사퇴 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후임 행장 선임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으며, 내주 중 사외이사들은 후임 행장을 뽑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잡기로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우리은행 과점주주 추천 이사는 현재 노성태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고문(한화생명)과 박상용 연세대학교 명예교수(키움증권),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한국투자증권),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톈즈핑(田志平) 푸푸다오허 투자관리유한공사 부총경리(동양생명)로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우리은행 매각 법제도적 보완 필요

향후 우리은행이 완전한 민영화 은행과 이전 지주체제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차기 행장 선임 과제를 비롯해 정부의 적극적인 가격조정 제시로 경쟁력을 키우고, 민영화를 위한 새로운 법제화가 구성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견해다.

전성인 교수는 “매각 당위성을 충분히 인정하므로 법을 바꿔서라도 민영화 우선원칙 순위를 세워 이러한 어정쩡한 상황에서 탈출해야 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정부는 굳이 공적자금 관리로 비효율적으로 관리하기 보다는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 가격조정을 할 수 있는 구체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매각이 늦춰질 수록 은행 자율화 측면에서는 영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 등을 고려해 어느 정도 기본 가격을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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