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에 순혈주의 얽혀 혼란 극심
과제 산적 임추위 '능력' 무게 낙점 가능성

이광구 행장이 채용비리 파문으로 물러난 우리은행장 자리를 둘러싸고 내부 인사와 외부인사가 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업·한일 파벌 갈등부터 노조의 낙하산 절대불가 입장까지 맞물린 이번 행장 선임은 자칫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에 우려가 또한 큰 상황. 이에 행장 선임의 키를 쥐고 있는 행추위의 결정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유력 후보들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금융경제신문 문혜원 기자)민영화가 사실상 뒤로 미뤄진 우리은행이 차기 행장 후보가 과연 누가 될지 여부에 따라 새로운 경영미래 가능성이 달려 있는 가운데 외부 인사 거론 등 하마평이 무성해 혼선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낙하산 인사 관련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 없이 외부 인사를 쉽사리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어 끝까지 가봐야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도 따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내일(17일) 최종 후보 접수를 통해 처음 열린다. 이에 내부 및 외부 등 여러 후보 선임 절차 등을 확정한다.

하지만 우리은행 노동조합에서는 외부 인사 거론에 따른 하마평에 ‘낙하산' 선임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과점주주 이사진들의 차기 행장 선임 과정 논의에 많은 부담을 안겨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이사진에서 내부든 외부든 적임자를 찾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부 경영 안정화와 주가 상승, 민영화 추진 등을 고려해 최대한 능력자를 선출하기 위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특혜 채용 의혹의 여파로 이광구 은행장의 사퇴표명과 함께 은행 내 계파 갈등도 자리하고 있어 차기 행장을 선출해야 하는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할 때 절차가 복잡한 공모 방식보다는 내·외부 인사 추천 방식을 활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 노동조합 및 한국노총에서는 낙하산 인사 절대 반대와 관료출신, 모피아 출신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박필준 우리노조위원장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상업-한일은행 간 계파 갈등은 심각하지 않다”며 “이런 식으로 몰고 가는 건 낙하산을 심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외부 인사가 금융권 출신이라도 같은 업권이 아니면 은행 전문가라고 볼 수 없고, 타 은행 출신이 오는 것 역시 상도의가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에서도 성명서를 통해 “우리은행장 인선에 내부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낙하산 인사를 강행할 경우 필연적으로 노사갈등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며 “내부 갈등 위험성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내부 파벌을 빙자해 외부 인사를 추천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특혜 채용 취업비리 논란으로 실추된 우리은행이 현재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지분을 가진 예보가 임추위에서 빠진 상태에서 과점주주 이사진들이 위험한 선택을 하겠냐는 분석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우리은행 외부 인사 개입 관련해서는 정부도 부담되는 일일뿐더러 우리은행 사외이사진들도 분명 고민되는 문제일 것”이라며 “현재 세간에 나오고 있는 외부인사 개입 관련 우리은행 인사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크므로 내부추천 중에 적격자를 찾다가 만약 타당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외부 추천 가능성으로 인한 추측이 난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우리은행 사외이사진들은 정부의 개입으로부터 벗어나 있으므로 그나마 힘이 있는 이사회진이라 볼 수 있다”면서 “현 우리은행 과점주주 이사진들이 외부냐 내부냐에 초첨을 맞추기보다 앞으로 우리은행 경영안정화를 비롯 내부 결속력을 키울 수 있는 능력자를 선출하기 위한 노력에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우리은행의 실추된 신뢰와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외부 정치적 입김에 입은 인사는 개입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임추위 열리는 날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추위는 빠르면 오는 12월 초에는 행장을 최종 결정하고, 연말에 임시 주총을 개최해 최종 선임까지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권 안팎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유력 후보군 중 내부출신으로는 손태승 글로벌그룹장, 정원재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장, 이동건 전 영업지원본부장 등이 유력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는 상업‧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직을 맡았던 관행에 비춰 이번에는 한일은행 출신이 유력할 것이란 관측때문이다. 특히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은행장과 이순우 전 은행장이 연속해서 은행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차기 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 1순위로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광구 행장의 업무를 위임받은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손 부문장도 행장 사퇴 초반과는 달리, 현재 차기 행장에 대한 의지를 적극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안팎에서 최근 손 대행이 이사회를 접촉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손 부문장은 전남 광주-전주고 출신으로 호남권 정치인과 정부 인사 등과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 우리은행이 한일·상업은행 계파 간의 갈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내부 인사보다는 외부 인사가 올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의 사임 배경에 은행 내 계파간 갈등도 있었기 때문에 새 행장 후보 자격도 내부로 한정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부인사로는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과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 신상훈 전 신한지주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이 비록 외부출신이지만 장기신용은행 출신이기 때문에 우리은행 내부에서 계속된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의 갈등에서도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급부상하고 있다. 

박 전 행장은 경남고등학교와 연세대 법학과를 나와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한미은행 런던지점장, 우리투자증권 부사장, 우리금융지주 전무를 거쳐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였던 경남은행장까지 지냈다. 다만, 문 대통령과의 경남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이 반발 우려가 크다는 대목이다.

또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 부원장보를 역임하고, 스탠다드차타드 금융지주 부회장, KB국민은행 사외이사 등을 맡아 국내외 금융에 두루 능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신상훈 전 신한지주사장도 함께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 우리은행 사외이사 구성진으로 있기 때문에 과연 내부인사냐, 외부인사냐에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다.

신 전 사장은 신한사태로 떠나있던 금융권에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복귀하면서 우리은행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으로 유력 후보군에 올랐다. 신 전 사장은 현 정부에서 호남권 인사들을 중용한다는 점 때문에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을 포함한 폭넓은 인맥을 갖추고 있는 점도 신 전 사장의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전 경남은행장이 사실상 가장 적합한 인물로 보여지지만, 과연 업계 안팎에서 외부 인사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에서 그를 어떻게 볼 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우리은행 은행장 선출의 키워드는 과점주주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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