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장인성 기자) 삼성SDS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 구축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최근 오픈했지만 잇단 오류로 업무수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양사 직원들의 불평이 커지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와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4년간 1조원을 투입해 구축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본격 가동했지만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면서 직원들이 업무 수행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납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거나 이전한 고객 데이터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직원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금융권은 삼성SDS가 제조업에 적용했던 ERP 설계를 금융, 보험업종으로 가져오면서 생긴 문제라고 진단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고객 계좌에서 이미 보험비가 납부됐지만 시스템에서는 오류로 인식해 오히려 보험금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사례는 물론,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기도 하면서 고객들은 물론 직원들까지도 큰 불편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근에는 기존의 구 버전 데이터를 신규 데이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월급날이던 지난달 21일에는 임직원 월급과 설계사 수수료가 늦게 지급되거나 일부 과소 지급되기도 했다.

이같은 시스템 오류로 인해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콜센터에 항의전화가 빗발쳤으며 이후 수납과 관련 시스템 오류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화재 관계자는 "시스템 도입 초기라 정착 과정에서 오류가 일부 발생한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 ERP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자원관리)란 기업 내 생산, 물류, 재무, 회계, 영업, 구매, 재고 등 경영 활동 프로세스들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해 주는 경영혁신기법이다.

삼성SDS는 ERP 세계 1위 기업인 독일 SAP의 제품을 기반으로 ERP를 제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한몫 거든 ERP도 삼성SDS가 개발했다.

삼성생명·삼성화재가 구축한 ERP는 삼성전자의 ERP를 금융 계열사에 맞게 바꾼 버전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ERP 시스템은 삼성SDS가 개발한 것으로 지난 10월 추석 연휴 직후 가동됐다.

구축 비용은 삼성생명이 약 4000억원, 삼성화재가 약 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단일 IT구축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통합ERP 프로젝트는 2013년 12월부터 시작했지만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인해 당초 예고됐던 기간내에 완료되지 못해 가동이 수차례 연기된 바 있다. 

삼성생명·화재는 2년에 걸쳐 통합 ERP를 구축하고 지난해 9월 시스템을 가동하려 했으나 통합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으며 올해 1월로 가동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 외에도 현업 요구 반영, 과업 변경, 추후 규제 변화 및 상품 개발 변화 등을 반영한 사용자 환경(UX) 구현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시스템 가동 일정을 다시 늦춰 올해 추석연휴인 10월 초에 가동을 시작했다.

이 같은 우려는 오픈 이후 일부 오류로 드러나 현실화됐고, 결국 제조업에 특화된 ERP시스템을 금융 부문에 무리하게 적용해 불편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기존 제조업에 적용된 설계를 무리하게 금융, 보험업에 적용, 잦은 에러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삼성그룹 보험 계열사들이 삼성SDS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삼성SDS의 IT서비스 매출은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삼성SDS의 IT서비스매출은 5조4944억원에서 지난 2015년 5조2475억원, 지난해 4조7418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IT서비스 매출 가운데 ERP 등이 포함된 컨설팅&SI 분야 매출은 2014년 2조1359억원에서 2015년 1조7159억원, 지난해 1조3323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SDS의 매출은 8조1800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사상 처음 6000억원을 초과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ERP 프로젝트로 인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 SDS 측은 "초기의 오류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며 "같은 그룹사라고 해도 경쟁으로 입찰을 할 수도 있고 아예 경쟁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의혹에 대해서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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