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특권의식에 '갑질' 당연시
바른 말 해 줄, 잘못을 지적할 사람이 없다.

[FE금융경제신문= 김용오 편집인] 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이자 ‘재벌 3세’인 김동선 씨(28)의 9월 만취 폭행 사건과 감옥에 가지 않고 끝나게 된 전 과정이 전국적 화젯거리로 연말을 장식했다. 김동선 씨는 지난 1월에도 만취 난동 폭행을 벌여 경찰에 연행됐다가 재판에서 “구치소 생활을 하며 많은 반성을 했다”고 선처를 호소,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채 1년이 안 돼 일을 저질렀다. 김 씨 사건을 보면서 생각한다. 왜 유독 ‘재벌 3세’은 폭행 등 반사회적인 사건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할까?

사실, 재벌그룹 창업주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배운 것도 없으면서 맨손으로 피땀을 흘려 회사를 세우고 키웠다. 또 창업 2세대만 해도 - 사회적으로 망나니짓을 했던 일부 2세도 있었지만 - 대부분 어린 시절 창업자인 부친의 고생을 지켜본 경험이 적지 않아 자기 관리에 나름 철저한 편이다. 그러나 3, 4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들만의 세상에서 자라고 지내온 탓에 왜곡된 특권의식에 젖어 있다는 분석이다.

홍성추 한국재벌정책연구원 원장은 지난해 출간한 저서 ‘재벌 3세’에서 “재벌 3세는 온갖 특혜를 누리며 살기만 했고 기업 경영과는 거리를 둔 채 유학 등의 시간을 거치며 한국의 사회·경제 전반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며 “재벌 3세가 기업에서 갖고 있는 권력은 무소불위이고, 입사 후 바로 임원이 된다. 차후에 오너가 될 이들에게 바른말을 해 줄 사람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재벌 3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오너인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초고속으로 승진한 뒤 금새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회사내에서 누가 감히 잘못을 지적할 것인가? 아무도 없다. 안하무인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지난 2015년 기업경영 평가기관 CEO스코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 오너 3,4세 임원 32명이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걸린 기간은 3.5년에 불과했다. 이들에 대한 인성, 평판을 누가 검증하고 경영능력은 누가 평가하는가?

한화 김승연 회장은 예전에 “자식 키우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아버지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무엇보다도 피해자들께 사과드린다”고 토로했지만, 김 회장을 포함한 김 씨 집안의 사회적 물의 기록은 화려하다. 김동선 씨의 형 김동원(32) 한화생명 상무도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돼 2014년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고, 2011년에는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가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신도 과거 ‘청계산 보복 폭행’ 사건으로 손가락질을 받은 바 있다. 그 역시 당시 김 상무가 술집 종업원과 시비를 벌인 게 발단이 됐다.

'재벌 3세의 갑질'이라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는 끊임이 없다. 지난해 12월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35) 이사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려 입건됐다. 운전 기사에게 상습 폭언ㆍ폭행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땅콩 회항’ 사건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회사 앞에서 시위 중인 트럭 운전기사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하고 돈을 준 ‘맷값 폭행’의 최철원 전 SK M&M 대표, 현대가 3세인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사장의 수행기사 ‘갑질 매뉴얼’ 등도 모두 재벌 3세들이다. 이밖에도 재벌 3세들의 갑질 사건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재벌 3세들의 갑질, 폭행 사건은 재벌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부와 기업 경영권을 물려받고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지위를 갖게 되는 데서 시작된다. 이런 낡고 잘못된 관행이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타인보다 우월적 권한을 갖고 군림할 수 있다는 비뚤어진 특권 의식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셋째 아들 김동선 씨의 폭행사건에 대해 재벌 개혁을 추진하고 공정한 경제 생태계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되는 기업문화를 만들 것이다" "재벌 갑질은 반칙과 특권 의식이 만든 경제 적폐"라고 밝힌 바 있다.

재벌 3세 갑질의 근본 원인은 결국 기업 오너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잘못된 지배구조 때문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거운 책임을 부여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갑질을 반복할 때는 그에 맞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재벌 개혁이 시급한 까닭이다. < 김용오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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