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주요 산업단지 비켜가 영향 제한적

■일본 지진이 세계경제 및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고베 대지진 사례 분석 필요

현재 추정되는 재산 피해 규모, 지진 피해 지역이 일본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대지진이 향후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 당시의 경험에 견주어 볼 수 있다.

과거 고베 대지진이 발생했던 1995년 1월 중 산업생산이 급감하고 소매판매, 수출 등이 위축됐지만, 불과 1∼2개월 지나 대부분 경제활동은 정상화됐다.

심각한 재산 피해와는 달리 지진 발생 후 피해 복구를 위해 투입된 정부지출, 민간부문 재건투자 등에 따라 일본의 GDP 감소폭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지진의 피해가 일본의 주요산업단지를 비껴간 점과 향후 피해 복구 시 재건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본 GDP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또한 세계GDP에 미칠 충격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세계GDP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7.7%에서 2010년 8.7%로 하락).

다만 지진 피해 복구에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점은 다소 우려된다.

과거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의 GDP 대비 구조적 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경기 변동에서 오는 재정수지를 제거)는 1994년 -3.4%에서 1995년 -4.4%, 1996년 -5.5%로 악화됐다.

GDP대비 국가 부채는 1994년 85%에서 1996년 100%로 상승했다.

이처럼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현재 일본의 재정여건은 금융위기에 따른 파장으로 고베 대지진 당시에 비해 훨씬 취약 하다.

이에 따라 재건자금 조달의 애로로 인한 피해 복구 지연, 재원 조달 시 국채 발행 확대에 따른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

이처럼 취약한 재정여건과 맞물려, 일본경제의 회생은 과거 고베 대지진 당시 보다 지연될 수 있을 것이다.

日 자금 세계시가총액 1% 불과

다음으로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으로는, 세계 각지에 투자돼 있는 저금리 일본계 자금의 본국 환수 가능성이 주목된다.

즉, 광의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채권 및 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봐야 한다.

2010년 말 기준 일본의 대외자산 중 직접투자액은 8322억달러,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보유한 자산은 3조 3156억달러, 해외대출자산은 8801억달러 정도다.

이 중에서 포트폴리오 투자 자금의 환수가 직접적으로 세계주식 및 채권시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의 주식 투자자금은 6818억달러로 세계시가총액의 1%를 조금 상회하는데, 일부 청산되더라도 세계주식시장의 수급 측면에 미칠 충격은 매우 미미할 것 이다.

일본의 해외채권 투자자금의 경우 2조6083억달러(준비자산을 통한 채권투자 자금 고려 시 3.5조달러에 육박)이며, 특히 미국 국채보유액만 1조달러 이상을 차지한다.

이와 같은 일본계 채권투자 자금의 본국 환수 시 달러화 약세(엔화 강세),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고베 대지진 당시 엔화는 1분기 정도 강세를 보였던 반면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 했던 것으로 조사된다.

일본계 해외투자자금의 본국 환수 혹은 해외부문에서 자국 송금 등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속에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는 제한됐던 것이다.

또한 당시에는 멕시코의 페소화 위기가 겹쳤던 것만큼, 엔화 강세와 미국 국채 금리 안정이 전적으로 고베 대지진에 따른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연결 없을 것

결론적으로 첫째, 세계주식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불확실성이라는 심리적 측면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다소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는 있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실물경제(GDP), 수급 등 펀더멘탈 측면에서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둘째, 수급 측면에서 채권 및 외환시장은 영향을 받을 것인데, 엔화 강세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압력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일본은행(Bank of Japan)은 지진 발생 후 긴급투입한 유동성을 당초 7조엔에서 18조엔까지 늘리고, 현재 35조엔 규모의 자산매입프로그램을 40조엔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계 해외투자자금이 유동성 위험을 우려해 본국으로 대규모 환수되지 않을 것이며, 엔화 강세가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해외의 일본자산에 대한 투자자금이 유출될 경우, 이는 엔화 약세 압력으로도 작용한다.

MENA지역 정정불안, PIGS 재정위기 재부상 우려에 일본 대지진까지 겹쳐,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나며 미국 국채 금리 상승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상품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대부분의 원자재 순수입국인데(세계원유의 5.1% 소비), 지진 피해로 인한 일부 생산차질에 따른 수요 감소우려로 상품가격은 단기 조정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 복구 과정에서 재건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과 지진 피해지역이 대규모 산업단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세계상품 수급에 미칠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대규모 재산 피해로 일본 내 보험사들뿐만 아니라 국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증가할 것이며, 일부 보험사들의 지급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국제 주요 보험사들의 CDS 프리미엄은 관찰이 요구되나, 지진 피해 추정 규모를 고려할 때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 주식·채권 요동 없을듯

2010년 기준 일본에 대한 한국의 수출의존도가 6.0%, 수입의존도가 15.1%로 높다는 점 그리고 세계교역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이 상당한 점에 비춰볼 때, 일본의 대지진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긍·부정적 내용이 섞여있다.

지식경제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이 한국의 직접적인 대일교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파악된다.

지진피해가 가장 큰 동북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은 일본 전체 수출의 1.3% 수준에 불과하며, 한국은 일본 동북지역으로부터 철강재, 석유제품, 금속제품 등을 주로 수입하는 대신 통신기기, 석유제품 등을 주로 수출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산업별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및 철강, 정유, 석유화학, 자동차 등 일본과 주로 경쟁하는 주요 수출업종들은 반사적 수혜가 기대된다.

반면 유통, 항공, 여행 및 레져, 보험 등은 다소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일본계 자금이 국내금융시장 투자규모가 관건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지역별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일본의 국내 투자규모는 570억달러다.

이 중 직접투자가 271억달러, 지분증권이 49억달러, 부채성증권이 58억달러, 대출금을 포함한 기타투자가 191억 달러로 집계된다.

직접투자는 장기성 투자이므로 지진에 따른 유·출입이 미미할 것이나, 포트폴리오 투자 및 기타투자는 경우에 따라 다소 영향을 미친다.

먼저 2009년 기준 외국인 전체가 보유한 지분증권은 2634억달러로, 이 중 일본의 국내 지분증권 투자비중은 2.1%에 불과하다.

또한 시가총액의 30% 내외를 외국인이 보유한 점을 고려할 때, 현재 국내 상장주식 중 일본계 자금의 투자비중은 채 1%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에 일본계 투자자금이 수급측면에서 국내주식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부채성증권 투자 규모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일본계 자금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7434억원에 불과하며,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1% 정도에 그친다.

또한 일본계 자금은 장기투자 성격이 짙은데,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평균 잔존만기가 2.3년인데 반해 일본계 자금의 잔존만기는 4.6년으로 길다.

이에, 수급측면에서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크지 않다.

다만 기타투자 중 과거 저금리의 차입금 형태로 국내금융시장에 흡수된 일본계 자금의 본국 송환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러한 자금 이탈할 시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일본은행의 긴급유동성 지원 등으로 인해 실질적 이탈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제공 IBK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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