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 장비 시장 1위 지위 악용 ‘유지보수 시장’ 경쟁자 진입 막아
후속시장 경쟁제한 제재 첫 사례…시장지배력 남용 적극 대응 방침

신영호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가 자사의 CT, MRI유지보수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62억원(잠정)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영호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가 자사의 CT, MRI유지보수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62억원(잠정)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조정현 기자]글로벌 기업 지멘스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유지보수 시장에서 중소 사업자의 진입을 막아 거액을 벌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자사의 CT·MRI 유지보수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지멘스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62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유지 보수 서비스 등 후속 시장(Aftermarket)의 경쟁 제한 행위에 대한 공정위 최초의 법 집행 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 후속 시장은 프린터기의 잉크 카트리지와 같이 주 상품의 보완재인 부 상품의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다. 주 상품 시장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부 상품 시장에서 지식재산권을 남용하거나 별개의 상품을 끼워 파는 행위가 문제가 된다.

독일에 본사를 둔 지멘스는 국내 CT·MRI 장비 시장에서 4년 연속 업계 1위를 차지할 만큼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과거에는 자사 CT, MRI 유지보수 시장을 독점했으나 2013년 말 유지보수 서비스만 제공하는 독립유지보수사업자(ISO)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하게 됐다.

이에 지멘스는 자사의 CT, MRI를 구매한 병원이 ISO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 관리 및 유지 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 발급 조건(가격, 기능, 발급에 소요되는 기간)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

ISO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 고급 자동 진단 기능을 포함한 상위 레벨 서비스키(지멘스 내부 엔지니어용)를 무상으로 요청 당일 즉시 발급했다. 반면 ISO와 거래하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 장비 안전 관리 및 유지 보수에 필수적인 기능으로 구성된 기초 레벨 서비스키를 유상으로 요청 후 최대 25일 소요 후에 판매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로 지멘스 CT 및 MRI 시장의 진입 장벽이 강화됐으며, 실제 4개 ISO 중 2개 사업자가 관련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제한됐다.

ISO와 거래시 병원이 감수해야 할 기회비용이 증가하면서 ISO의 가격 경쟁력이 상실됐고 서비스키 기능 제한, 발급 지연으로 인해 ISO의 서비스 품질 및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가중됐다. 더 나아가 서비스키 발급 지연으로 병원이 의료 기기 관련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안전 검사가 지연되는 심각한 상황까지 초래했다.

지멘스의 부당행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4년 12월, 2015년 5월 2차례 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ISO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업데이트 및 저작권 침해 문제를 실제보다 현저히 과장해 병원측이 오인하도록 부담을 가했다.

CT, MRI의 안전 관련 업데이트는 의료 기기 법령에 따라 제조·수입사인 지멘스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ISO서비스 이용시 안전 업데이트 미시행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오인 가능성이 다분한 정보를 전달했다. 또한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용없이 가능한 유지 보수 작업이 상당수 존재함에도 ISO의 유지 보수 서비스가 필연적으로 자사 서비스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과장된 내용도 기재했다.

이와 같이 ISO와 거래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실제보다 과장해 고객들을 오해하게 만들어 불공정한 경쟁 수단에 의해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했다. 특히 ISO의 시장 진입 초기 단계로 병원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지멘스측이 공문을 통해 중요 사실 관계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 병원의 오인 가능성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공정위는 지멘스 CT·MRI 장비 소유권자인 병원이 자기 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이내 최소 행정비용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특히 공정위 조치 내용을 지멘스 CT, MRI를 보유한 병원에 통지하도록 해, 이 사건의 적극적 시정조치 내용을 병원이 인식하고 장비 유지 보수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환자 및 장비사용자 안전에 직결되는 사항의 경우, 장비 제조사의 정보공개 의무를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에 대해 식약처 등 관계부처에 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다.

신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앞으로도 역량있는 중소기업의 시장진입 및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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