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설계 검토 시 문제점 파악도 못해 … 총체적 시공 능력 의심
대림산업·평택시 재발방지 사과했지만 … 재건설 믿고 맡길 수 있나?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작년 8월 발생한 경기도 평택 국제대교 붕괴 사고가 설계, 시공, 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원인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평택 국제대교 건설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연세대 김상효 교수)는 평택 국제대교 교량 붕괴사고와 용인 물류센터 외벽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사전설계 검토 시 문제점 파악도 못해 … 총체적 시공 능력 의심

지난 8월 26일 평택호 횡단교량(연장 1350m) 건설현장에서 교량 설치 작업 중 상부구조(거더) 240m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당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있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 날 사고조사위 위원장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계 단계에서는 시공단계에서의 상부 거더 전단강도를 검토할 때 강도에 기여하지 못하는 중앙부 벽체를 포함했다. 시공용 받침이 외벽에만 배치돼 있고 중앙부 벽체에는 배치하지 않았다. 외측 벽체에 배치된 파이프(추가 강선 설치를 위한 파이프) 공간 단면도 공제하지 않았다.

강선이 배치되는 상부 슬래브 두께가 30cm로 얇게 계획돼 적용된 정착구 주변 보강철근의 적정 시공이 곤란한 문제도 있었다. 게다가 설계 단계에서는 작성된 공사시방서에 상부 공사의 주 공정인 압출 공정 관련 내용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는 중 시공단계에서는 사전 설계도 검토를 시행했음에도 중앙부 벽체의 시공용 받침 미배치, 바닥판 슬래브 두께가 얇아 정착구 설치가 용이하지 않은 점 등을 확인하지도 못한 점은 대림산업 측의 시공능력이 의심이 들 수 있는 대목이다.

상부 거더 벽체 시공이음부 및 세그먼트 접합면 처리 미흡, 정착구 공급사에서 제시한 제원과 다른 보강철근 배치, 시공 상세도와 상이한 벽체 전단철근 설치 등 시공 상 품질관리 문제가 확인됐다.

아울러 세그먼트의 긴장력 도입 중 정착구 주변 파손, 강선 뽑힘 발생 등으로 인해 많은 보수작업이 진행된 사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국부적 손상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공사 과정에서 이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됐음에도 시공과정의 구조안전 여부에 대한 시공자·감리자의 기술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 관리 측면에서는 발주청에 하도급을 통보할 때 간접비까지 고려해 하도급률을 산정(76%)해야 하나, 간접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산정하면서 하도급 적정성 심사 등 관련 절차는 건너뛰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형식적 시공 상세도 작성,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현장대리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사 및 품질 담당 직원을 정규직이 아닌 현장 채용직(비정규직)으로 배치해 결과적으로 현장관리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책임 구조로 현장이 운영됐고 결국 사고를 부추긴 꼴이 됐다.

이런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평택 국제대교는 P16 지점부 전단 파괴되고 P15∼P16 중앙부 휨 파괴 그 다음 P17 지점부 전단 파괴 및 낙교 그리고 P16 전도, P18 지점부 전단 파괴 및 낙교 끝으로 P19 지점부 거더 부분 휨파괴 순으로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

◇ 대림산업·평택시 재발방지 사과했지만 … 재건설 믿고 맡길 수 있나?

이번 결과에 시공사인 대림산업 측은 이 날 윤태섭 부사장 명의로 '평택국제대교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며, 반성과 더불어 책임 있는 자세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당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평택국제대교를 시공할 예정이며, 시민의 불편이 없도록 공사를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평택시 공재광 시장은 “우리 시에서 이런 큰 사고가 발생한데 시민들에게 사죄드린다”며 “앞으로 더 안전한 교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 사고에 대한 모든 사업비는 계약자인 대림산업 측에서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평택시는 재설계와 공법 변경 등 건설기술 심의를 완료해 오는 3월 대림산업이 재건설 한다.

다만 이번 사고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대림산업이 재건설을 한다는 점은 시민들 입장에서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 키울 수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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