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노조, 권순원 숙대 교수 후보 내세워…전문성 측면 호평
논란의 노동이사제 정착 위해선 노·사·정 '합의' 선행 필수

KB금융노조가 노동이사 추천 재도전에 나서 성사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KB금융노조가 노동이사를 추천했으나 불발에 그친 지난해 11월의 KB금융 주총 모습.(사진=뉴시스)
KB금융노조가 노동이사 추천 재도전에 나서 성사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KB금융노조가 노동이사를 추천했으나 불발에 그친 지난해 11월의 KB금융 주총 모습.(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문혜원 기자]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 인식은 그간 노동적 측면과 금융적 이해관계 충돌에 의해 찬반으로 갈려 왔다. 최근에는 KB금융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인물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향후 방향은 다시 긍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여기에 정부 개입이 끼게 되자 외풍과 외압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어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재도전 KB금융노조 ‘권순원 교수’ 내세워

22일 KB금융노조는 과거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추천 불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새로운 인물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를 밀기로 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등으로 활동한 권 교수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의 사위다.

KB노조는 ISS가 납득할 만한 인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전보다 변화가능성이 높아지는 쪽으로 고민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 교수는 인사조직관리 전문가로서 정부, 공기업 연기금 등 노사문제와 사회책임투자에 관한 자문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3월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사외이사 3명 가운데 1명 대신 추천한 인물이다. 향후 3월 주주총회시 새로운 사외 이사 후보로 나서게 된다. 권 교수는 우리사주조합과 일반 주주의 위임을 받아 소액 주주 자격으로 사외이사 추천에 오르게 됐다.

KB노조는 이와 함께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배제한다는 취지의 정관 개정도 요구했다.

박홍해 KB노조 위원장은 “KB금융의 취약점으로 드러난 노사관계와 지배구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추천하게 됐다”면서 “향후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 참여연대 출신의 하승수 변호사를 사회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가 녹색당 활동과 사외이사진에 또 다른 법률가가 있다는 사유 등으로 부결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서 노동자 추천 이사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바 있으나, 세계 최대의 의결권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KB노조 측 주주제안 안건에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엇갈리기도 했다.

◇정부 의지 중요한 요건

일각에서는 은행 사외이사 내 노동이사제 도입 가능성의 출발로는 긍정적 기류가 흐를 것으로 전망되나 여전히 국내 금융그룹구조상 단칼에 승부내기란 어렵다는 반응이다.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이번 KB금융노조가 추천한 인물은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보여진다”면서 “향후 긍정적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둘러싼 문제에 일단 한 발 뒤로 물러선 입장을 보여 균형추를 세워야 앞으로 더 힘이 가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서 22일 여신금융협회에서 소상공인단체 협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근로자추천이사제, 노동이사제 관련 시기상조”라며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고 안하고는 개별은행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 및 정부가 여러가지 정책 혼선으로 국민들 눈 밖에 나 있는 상황에서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더욱 금융권을 전혀 간파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따라, 노동이사제가 흐지부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당국의 발언은 반은 정부입장, 반은 조심스럽다는 측면 두 가지가 겹쳐 일어난 충돌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 지배구조 CEO리스크 문제를 제어하고 견제하는 해결책의 대안이 되므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경영 참여엔 곱지않은 시선

만약 노동이사제 도입이 어려운 난제를 극복하고 성공했다 해도 내부적 의견 대립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노동조합이 추천 권리라는 명분을 강조하며 이사회로 참여할 경우 내부 경영참여에 이견이 상당할 것이라는 것. 즉, 사이외사진 내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가 결국 외골수가 돼 외려 합리적인 이사회 운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노동조합 자체가 지분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이외사진 추천 역할까지는 가능하나 이것으로 인해 경영에 개입을 하게 될 경우 본래 이사진들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확실히 구분을 짓지 않으면 또 다른 내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설명에 따르면, 은행 사외이사진은 책임이사와 비책임사로 나눠지고, 또 여기서 등기이사와 비등기 이사로 파생되는 역할이 주어지는데, 노동이사제가 성립된다고 가정할 때 노동조합의 추천 인물이 금융전문가가 아니면 이사제 책임 역할상 이견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김 교수는 “노동조합의 추천인물이 사외이사로 들어왔을 경우, CEO 라인 인물과 대립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러한 난제를 또 어떻게 극복할지에 노동이사제 도입의 성패가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사진 내 금융전문가 인물 풀을 만들고 항시 공시화하면 투명성과 건전성이 고루 함양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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