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보험사 설립·간단보험 활성화 공약 내놔
기존 실패사례 모르쇠 ‘재탕’ 정책 비판 쇄도

[금융경제신문=손규미 기자]금융당국이 펫보험·온라인보험 등의 특화보험사 설립을 유도하고 소액 간단보험 시장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발표했으나 보험업계는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되풀이되는 보험 정책에 대해 당국이 좀 더 심도 있는 분석과 검증을 거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24일, ‘2018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자본금 요건 완화, 인가단위 개편 등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춰 금융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국은 펫보험, 온라인보험 등의 특화보험사 설립을 유도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 보험료를 낮추려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험사들은 사업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

또한, 펫보험 등의 특화보험의 경우 통계가 적고 위험률을 판단하기도 어려운 데다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이미 대형사 위주의 과점구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보험 상품만으로 승부수를 걸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악사손보나 더케이손보 등의 손보사들 또한 처음에는 자동차보험 온라인 전업사로 야심차게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어려움을 겪은 이후 종합손보사로 전환했다.

유일한 온라인보험 전업 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 2013년 출범 이후 5년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라이프플래닛과 마찬가지로 현대해상의 자회사이자 온라인 전업 보험사였던 현대카 다이렉트 또한 적자가 이어지면서 현대해상에 편입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한 부분에 대한 보장을 만들어주기를 원하는 것 같지만 보험사들은 사업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면서 “손해가 나고 수익성이 낮은 상품을 보험사들이 팔겠느냐. 당국이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깊게 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당국이 연이어 발표한 ‘소액 간단보험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일전 단종보험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에도 단종보험 상품 활성화를 추진했지만 현재 상품을 판매중인 보험사는 롯데손보의 ‘제품보증연장보험’이 유일하다. 대다수의 보험사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상품을 출시하지조차 않았다.

이번 소액 간단보험 시장 활성화 방안도 실패한 이전의 단종보험을 이름만 바꿔 재탕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당국이 시장에 대한 충분한 평가나 검토 없이 정책을 수립하는 이른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현장도 모르고, 상품도 모르는 금융당국이 충분한 검토나 분석 없이 정부에 보고하기 위한 형식적인 보험 정책을 수립하면서 반복되는 고질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당국은 일전에 실패한 정책 보험들의 사례를 돌아보고 좀 더 심도 있는 분석과 검증을 거쳐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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