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 발맞춰 중소기업 대출 크게 늘어나
정책에 기댄 묻지마식 대출 확대 자칫 '부실 부메랑' 부작용 우려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 정부가 강력하게 중소기업 중심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면서 은행도 가계 대출 축소에 따른 영업 확대 방안으로 중기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늘어난 대출만큼 리스크도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 없이 진행 되는 중기대출은 애써 잘 꾸려온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효율적인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 생산적 금융 확대에 발맞춘 은행

작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등장하게 된 신 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부담비율)의 본격 시행으로 은행들의 가계 대출 영업은 사실상 막혔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10.9%, 2016년 11.6%씩 10% 넘게 가계부채가 증가하며 가계부채 위험성이 고조 되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엔 8.1%로 한 자리대로 부채 비율이 떨어졌다. 이는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정책 영향으로 돈줄이 막힌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이름 아래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나서 중기대출 비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시중은행 중기대출 비중은 KB은행과 하나은행이 약 38%, NH농협이 약 34%, 기업은행은 가장 많은 78.2%를 차지했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의 경우 올해 중기대출 공급목표를 전년보다 8조5000억원을 더 늘린 45조원으로 최대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KB국민은행은 9조원, 하나은행이 5조원씩 늘리며 시중은행들은 각각 최소 중기대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은행권은 중소기업 대출 평균 가산 금리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은행연합회 2월 중소기업 신용대출 가산금리 자료에 따르면 작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내린 것은 KB국민은행으로 지난해 2월 평균 가산금리가 4.77%를 기록했지만 올해 2월 평균 가산금리는 4.1%로 0.67%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중기 대출을 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4.51%에서 4.39%로 0.12%가 내렸고 NH농협의 경우 3.99%에서 0.27%가 하락한 3.72%를 기록했고 하나은행은 3.36%에서 0.03%가 낮아진 3.33%를 보여줬다.

이렇듯 주로 가산금리 비중이 높았던 은행들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가산금리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반대로 가산금리가 낮았던 은행들은 소폭 감소한 것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 따라 가계대출처럼 비중 올라

은행들의 중기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올라감에 따라 덩달아 위험해진 것은 리스크 관리 부분이다.

그동안 가계대출의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던 원인 중 하나는 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라도 집 사라”고 외치며 가계 대출을 장려한 것도 한 몫 했는데 반대로 문재인 정부는 '생산적 금융’을 외치면서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며 덩달아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평균 가산금리도 내려가 중기대출을 늘리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용대출의 경우 담보물이 없어 위험부담을 은행들이 떠안고 정부 정책에 발맞춰 가고 있어 내실화 된 위험률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은행처럼 중기대출이 특화돼 있거나 시중은행들처럼 자본이 많아서 중기대출 비중을 늘린다고 해도 전체 위험도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엔 리스크에 크게 반영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기업은행은 지난해 전체 대출 비중에서 78.2%가 중소기업 대출로 유지하고 있지만 중기대출에 한한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48%에 불과하며 시중은행 중 가장 안정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업은행 측 관계자는 “오랫동안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은행 노하우에 힘입어 가장 안전한 중소기업 여신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편이지만 한국은행에서 정한 60% 비중으로 유지하라는 방침도 못 지킬 정도이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최근 BNK부산은행은 지역 경제의 연이은 악재로 대손충당금 비중이 전년보다 1388억원이 증가한 3246억원을 기록하는 등 여신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점이 4분기에 반영 돼 은행의 순이익이 38.84%가 떨어지기도 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에서 외상이나 대출, 어음 등 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을 두고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은행에서 마련한 돈으로 이 금액이 많을수록 받지 못할 돈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여신 부분에서 보수적으로 운영했던 같은 계열사인 경남은행은 전년보다 순이익이 6.4% 증가한 2215억원을 기록하면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처럼 파이가 커서 리스크가 발생해도 그 비중이 티도 안 날 정도라면 중소기업 대출 비중을 늘려도 상관없겠지만 지방은행은 사정이 다르다”며 “크게 대출을 해줄수록 지방은행이 그 리스크 감내할 수준이 되지 않아 정부 정책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은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높아 지역 경기 회복이 상대적으로 충분치 않을 경우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조건적으로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것보다는 현재 보수적인 관행을 통해 리스크 관리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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