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맞아 주요 은행 사외이사 대거 교체 예정
전문성·독립성 요구↑…노동이사 제도화 여부 주목

[금융경제신문=문혜원 기자]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은행권 사외이사진 교체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전보다 더욱 전문성·독립성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요 은행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질 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와 크게 다를 것 없어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새로운 사외이사진 구성 주목

사외이사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기본임기 포함 KB금융지주가 최대 5년, 나머지는 6년까지 연임할 수 있다. 여기서 임기 만료를 앞든 이들은 최장 5~6년까지의 기간들에 걸리는 사외이사진들로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불문율을 지켜야 한다. 새로운 교체 인물 예정의 연임 여부는 이달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주요 은행 24명 중 6명은 이미 사의를 밝힌 상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최영휘 이사회의장과 이병남·김유니스경희 이사, 이 3명이 퇴임 의사를 밝혔다. 기존 유석렬·박재하·한종수 이사는 연임할 전망이며 스튜어트 솔로몬 이사는 지난해 3월 선임돼 임기가 남은 상태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달 23일 선우석호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장·정구환 법무법인 남부제일 대표변호사, 3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번 사추위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KB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KB노조는 사외이사 후보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 선임을 추천했다.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후보로 올린 바 있지만, 부결되면서 ISS에서 납득할 만한 인물을 재선정하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권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향후 타 금융권들의 노동이사제 도입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금융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던 하나금융은 오는 6일 이사회를 열고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6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을 재추천하고 3명의 이사 후보를 신규 추천할 예정이다. 이번에 연임 고사 의사를 밝힌 사외이사는 윤종남 의장과 송기진, 김인배 이사다. 이들은 2014년 3월 처음 선임된 후 4년간 사외이사직을 맡아왔다.

새롭게 선임되는 사외이사는 김 회장이 빠진 사추위원(윤종남, 송기진, 차은영)이 결정한다. 또 사외이사 선임의 투명성·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주주와 외부자문기관 등에서 추천받은 사외이사가 1명 이상 선임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하나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당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신한금융도 3명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추천했다.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대법관을 역임했으며 30여년간 판사로 재직한 법률분야 전문가다. 김해상사 대표를 역임한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과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 연구원을 지낸 최경록 현 CYS대표도 신규 사외이사 후보다.

◇정부, 감독·감시 중심 못잡아 ‘관치금융’ 뭇매

은행권 사외이사 교체는 매년 시즌, 정치권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이사회의 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제도가 정립됐고,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국의 개입 등으로 자율적인 경영문화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권에 대한 견제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은행권 사외이사에 새 바람이 불 것을 예고했다. 그간 금융과 연관된 대학교수나 전문가· 전직 관료들이 사외이사로 배치됐다면, 올해부터는 업권 출신 관계자나 전문성과 독립성· 경영 감시 등 자질요건이 추가로 부각됐다. 이는 향후 낙하산 인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 역할에 타당한 인물을 뽑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부여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적폐의 뿌리를 뽑겠다며 금융지주 관리·감독을 강화에 나서면서 지나친 ‘관치금융’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야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정부를 관치로 몰아세우는 기득권 세력들로 인해 개혁의지가 후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과거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관치금융’은 정부가 아예 금융권 인물 선출에 인사 개입을 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가 그 예가 될 수 있으나, 새 정부가 하는 정책 방향은 감독 및 개선의 의지로 볼 수 있고 안타깝게도 지금은 관치 플레임에 갇혀 있어 정부가 오히려 금융권 수장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균형있는 노동이사추천제도 필요

최근 다시 노조추천 사외이사제에 대한 요구도 다시 제기되고 있어 현재 사외이사진 인물 교체가 그렇게 중요한 이슈가 아니고, 누가 어떻게 추천을 하며 어떤 방식으로 하는 지 등의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사실 ‘전문성’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보수적 기득권들의 밥그릇 싸움만 날 가능성만 커지므로 감시적 기능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사외이사추천제를 반드시 정책 제도적 장치 안으로 포획해야 본질적 경영진 추천 방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밖에도 정부가 괜히 관치금융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민간영역에 강압적인 규제와 가르친다는 차원에서 지적만 하니 반발심만 일으키는 격이 되므로 현 사회적 비판과 시대적 요구의 메시지를 듣고 반영해 혁신적인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안 공기업 등 사회적 기업의 틀에서 사외이사제도 추천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혁명을 보여줘야 민간영역에서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의지를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 전문가들은 전문성이 포함된 노동이사제 추천제도를 만들기 위해 그들만의 이해관계자 논리에서 벗어나 은행권에서 객관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인물을 추천해 CEO 후보군으로 만들거나, CEO 인사 권한 개념을 새로이 틀을 짜서 특별한 자질요건을 엄격하게 세워야 함을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무엇보다 정치권은 그간의 비판이나 적절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주요 은행권 우리사주조합과도 연결성을 제시해 의견을 서로 나누는 등의 간접적 경영참여문화도 이룩할 필요가 있다. 즉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정하되 금융권 조직 내 편협 되지 않는 쪽으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풀 절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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