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확산 문화·연예계 이어 정치권 쑥대밭
남성위주 수직적 문화 금융권도 ‘폭로’ 시간문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이라는 메가톤급 사건이 터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 긴급회의를 마친 남인순 위원장과 박경미 의원, 정춘숙 의원이 안희정 지사에 대해 '형법과 성폭력특별법 등 관련 법에 의한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이라는 메가톤급 사건이 터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 긴급회의를 마친 남인순 위원장과 박경미 의원, 정춘숙 의원이 안희정 지사에 대해 '형법과 성폭력특별법 등 관련 법에 의한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금융경제신문=문혜원 기자]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성폭력 사건 폭로) 운동이 연예계, 문화계, 정치권 등 사회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다음 타겟은 어디가 될 지 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중 보수적 직장문화로 꼽혀왔던 금융권도 포함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남성중심적 삐뚤어진 성문화

미투 운동은 오늘날 일어난 일만은 아니다. 과거부터 쉬쉬되다 곪아온 것들이 이제서야 터졌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남성중심적 사회여서 여성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란 지극히 제한적이며, 사회적 지위를 가진자들이 권력에 맛들이면 꼭 드러나는 문제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었다.

스타트는 문화·예술계에서 끊었다. 피해자의 호통이 시작되면서 현재는 정치권까지 확산된 상태다. 국민들은 분노와 함께 다음은 어디가 될지 궁금하다는 반응도 생겼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타겟으로 공기업과 금융업계가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간 보수적 직장 문화 집단의 대표격으로 각인돼 왔기 때문으로, 무엇보다 최근 금융회사 내에 비일비재하게 가려져 있던 성추행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지난해에 성범죄 사건이 금융권에서만 무려 7건이 터졌다. 수면 위로 나오지 못한 사건은 이보다 많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먼저 은행권에서는 대표적으로 대구은행 여직원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하나금융 베트남 임직원의 과거 성추행 행적이 드러난 사건, 씨티은행의 차장급 직원이 사내에서 여직원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 등을 꼽을 수 있다. 제2금융권에서는 울산 신용협동조합 임직원의 성추행 및 부당대출 사건이 있으며, 포항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여성 직원에 대한 상습적인 성희롱 발언 등으로 괴롭혀 징역형을 받았다. 최근에는 현대카드 위촉사원이 성폭행 피해를 고발해 온라인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 미투 운동 목소리가 커지려면 피해자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희정, 이윤택 등과 같은 인물들은 사회 파급력이 큰 권력자들이지만, 금융권 내에서 이정도 파급력이 있을 주요 임원진이나 경영진들의 행동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노동 전문가는 “지금까지 나온 공인들은 굉장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이들로 이번에 생긴 미투 운동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지만, 금융권 내에서 여성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다 외려 2차 피해가 날 수도 있으므로 신중을 기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회적 저항 운동이 시작됨에 따라 잘못된 조직문화를 뿌리 뽑을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개혁해야 할 문제이며, 내부적 성문화 교육 등 프로그램 장치도 더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방지 구체적 프로그램 미미

금융업계에서는 과거와 달리 회식 문화나 신입환영식 등 조직문화가 많이 개선되고, 흐름도 바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법적인 의무화로 규정된 성희롱 예방 교육 등도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거나 연수시에는 수시로 교육을 진행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문화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의무화로 규정된 형식적인 성교육 외에는 내부적 피해가 발생했을 시 피해자를 위한 상담 매뉴얼 등 구체적 방지차원의 프로그램은 없어 매우 아쉽다는 평가도 따른다.

실제로 한 금융회사에는 자구책으로 성범죄 피해 상담치료센터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해결까지는 생각보다 진행이 더디거나 피해자가 도중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실제 상담센터 운영자의 전언이다.

금융노조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와 함께 조사한 2차 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응답자 3297명 중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대답한 여직원은 16.3%에 달했다. 이중 성희롱 및 성추행의 가해자는 대부분 상급자로 비율이 70%나 달했다.

성폭력 경험자 89.2%가 주변의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수준 내에서 참고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참고 넘긴 가장 큰 이유는 ‘신고해봤자 해결될 것이 없어서(65.7%)’란 대답이 가장 많았다.

또 ‘인사 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참고 넘긴 비율도 19.7%로 나타나고 있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권도 워낙 소문이 많았던 만큼 도덕·윤리적 사고를 지향하고 인식 전환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라며 “철저하게 여성 중심적으로 가는 강력한 법적 전환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여성단체연합회 관계자는 “본래 근로법상, 양성평등교육법 등 사업주가 직원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방지 교육 및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으나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무엇보다 정확히 실현되지 않고 있고, 있어도 모른척 하는 등 쉬쉬하는 태도들이 그간 잠재돼 있던 문제들을 곪게 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피해자 사회적 보호 장치 마련돼야

한편 우리 사회는 성범죄에서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찰청의 성범죄 사건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건수가 2014년 449건, 2015년 523건, 2016년 545건, 2017년 8월 370건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피해사례가 속출하자 페미니즘의 사회적 물결이 더욱 거세졌다. 사실 여성 권리가 강화되던 시기는 과거 1990년 이후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여성 직군에 의한 부당한 임금이나 대우들로 인해 일어난 문제로 들썩였다면, 현재는 여러 사회적 운동(촛불혁명운동 등) 들로 인한 이데올로기 저항에서 비롯된 차별적 행태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젠더 운동 등의 성향과 맞물려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전문 노동법률 전문가는 “지금 일어나는 미투 운동은 남성 혐오가 아니다. 남성지배적인 성문화를 뿌리 뽑아야 하는 문제인 것”이라며 “앞으로 운동의 흐름이 어떻게 될 지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하지만 만약 정부가 심각히 받아들여 제도화 된다면 힘을 얻을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이어 “금융권의 경우 남성과 여성간의 유리벽이 심해 약자소수자들을 확실히 보호할 수 있게 장치를 만들어야 하며, 가해자들은 강력한 처벌로 이어져야 성범죄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사회적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의 핵심은 우리 사회 보수적 성향이 짙은 조직문화의 삐뚤어진 추악한 단면을 바로 잡는 일이므로 향후 전체 사회 조직의 감수성을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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