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계열사 대표이사 출신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 앉혀
대주주에 대한 견제·감시 등 본연의 기능 상실 ‘거수기 전락’ 비판 직면

[금융경제신문=장인성 기자]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낸 인사들을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해 논란이 일었던 한화그룹이 올해도 독립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경영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이사회에서 단순히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을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확보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테크윈은 오는 23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작년 정기주총때 사외이사(임기 2년) 선임됐던 양태진 전 ㈜한화 무역부문 대표를 신임 감사위원회 감사위원(1년) 으로 선임한다.

양 전 대표는 1971년 한국화약(㈜한화 전신)에 입사한 이래 한화 무역부문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04년 2월~2011년 3월 무역무문 대표까지 지낸 한화맨이다. 감사위원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게 핵심 역할이지만 대주주에 대한 견제·감시 등 사외이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화케미칼도 오는 27일 개최하는 정기주총에서 노세래 람정테크 이사를 사외이사(2년)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노 이사는 1969년 한국화약에 입사한 뒤 한화 계열 옛 한국종합기계(한화기계·현 한화테크엠의 전신) 이사 등을 역임했다.

㈜한화도 올해 주총에서 전 한화 화약 재무 총괄과 한화손보 총괄관리를 맡은 이광훈씨를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예정이다.

한화손해보험도 한양화학과 한화유통을 거친 안승용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상근부회장을 신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화투자증권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인 이청하 대양코리아 대표도 1996년~2001년 한화의 정보 IT사업본부장을 거쳐 2001년~2004년 한화S&C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한화그룹은 작년 3월 정기주총 시즌에 주요 계열사들이 퇴임 최고경영자(CEO)들을 사외이사에 대거 앉혀 이사회의 독립성 저하에 대한 논란이 좌초했다. 양 전 대표를 비롯해 ㈜한화의 김용구 전 ㈜한화 정보통신부문 대표, 한화케미칼의 박석희 전 한화손해보험 대표 등이 당시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그룹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감시ㆍ견제하지 못하고 기업 입장을 무조건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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