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계열사 우세 KB 리딩뱅크 탈환에 신한도 비은행 강화 기치
ING생명 인수시 보험업계 상위권 도약…3조원 비싼 가격표는 부담

[금융경제신문=손규미 기자]알짜매물로 떠오른 ING생명을 놓고 리딩뱅크 수성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자산규모 기준 생보업계 6위인 ING생명이 두 금융지주 중 한 곳에 인수될 경우 ‘리딩금융그룹’ 변화 외에도 향후 보험업계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3조원’을 웃도는 높은 매각가로 인해 최종 인수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2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최근 ING생명 인수를 위한 예비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을 놓고 두 금융지주가 2파전을 형성하게 된 것은 ING생명이 리딩뱅크를 사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적격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3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KB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바 있다. 두 금융지주의 성적을 가른 것은 비은행 계열사였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한 이후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지난해 신한금융을 제쳤다. 이후 두 금융지주는 리딩뱅크를 사수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에 집중하면서 보험사 인수 의사를 피력해 왔다.

KB금융은 현재 업계에서 입지가 취약한 KB생명을 강화하기 위해 생명보험사 인수를 타진해 왔다. KB금융은 앞선 ING생명 인수전에도 참여한 전력이 있다.

신한금융 또한 리딩뱅크 자리를 내주면서 이를 탈환하기 위한 카드로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당초 비은행 계열 강화를 위해 손보사 인수를 고려하고 있었으나 그간의 보험사 M&A 전례를 미뤄볼 때 실익이 적었던 중·소형 손보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내실이 좋은 ING생명을 흡수해 생명보험 계열을 강화하는 쪽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ING생명은 이러한 두 금융지주의 요건을 충족하기에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다. 자산규모 기준 업계 6위인 ING생명은 새 회계기준을 앞두고 여타 보험사들에 비해 재무건전성이 양호해 'IFRS17'의 여파로부터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NG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는 455%로 생보업계에서 가장 높다. 영업력의 핵심이 되는 설계사 조직이 탄탄한 것도 ING생명의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ING생명의 총자산 규모는 31조4554억원으로 삼성생명(282조7138억원), 한화생명(125조9944억원), 교보생명(104조6000억원), NH농협생명(63조7000억원), 미래에셋생명(34조7000억원) 다음으로 업계 6위인 31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ING생명이 두 금융지주 중에 한 곳에 매각될 시 생보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신한생명(29조7000억원)과 합병해 61조원의 자산 규모를 갖추게 되면서 업계 4위인 농협생명(63조7000억원)을 바짝 뒤쫓게 된다. 신한금융으로써는 리딩뱅크 탈환과 더불어 최근 PCA생명과의 합병으로 업계 5위로 올라선 미래에셋생명을 제치고 생보업계에서의 입지 또한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KB금융에 인수돼도 KB생명(9조원)과의 합병으로 50조원의 자산규모를 갖추면서 업계 5위로 도약하게 된다.

다만 두 금융지주의 발목을 잡는 것은 3조원을 웃도는 비싼 ‘매각가’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59.15%) 가격은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경우 매각가격은 3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IFRS17' 도입 등으로 인해 생보업계의 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가격은 여전히 두 금융지주에게 부담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MBK 파트너스가 지난 몇 년간 ING생명에 투자한 자금을 이미 회수했고, ING생명이 올해 12월 상표권 사용 기간이 만료돼 사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 협상 여지는 열려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이미 ING생명에 들인 투자금을 회수한 상황이고, 사명 변경 등의 이유로 인해 매각을 올해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가격 협상 여지는 열려 있는 상태”라면서 “ING생명 매각의 관건은 역시나 가격이므로 3조원에 팔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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