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채용 모양만 블라인드 ‘공정성’ 여전히 의문
채용비리 몸살 불구 제자리…신뢰의 채용 정착돼야

최근의 채용비리 사태로 금융권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한 블라인드 채용이 이름만 그럴듯한 제도란 비판을 받고 있어 금융권에 공정한 채용문화가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채용비리 사태로 금융권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한 블라인드 채용이 이름만 그럴듯한 제도란 비판을 받고 있어 금융권에 공정한 채용문화가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경제신문=문혜원 기자]은행권 채용비리 때문에 전금융권이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시스템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너무 방법론에 치중된 채용이 오히려 악용의 수단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구나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는 채용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공기업 채용문 먼저…시중은행은 언제?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신입 채용시즌이 다가오면서 각 금융공기업들은 블라인드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의 금융권 취업카폐 1위로 알려져 있는 한 블로그를 살펴보면, 올해 채용일정 계획에 대해 매주 월요일 업로드 되고 있다.

이 취업 카폐 현황에 따르면, 먼저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2월 19일부터 체험형 인턴 채용 모집기간을 내놨다. 이달 6일 마감된 상태며, 100명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신보는 지난해 12월 선발한 정규직 신입 직원 중 92명에서 21명(22.8%)을 지역 인재로 충원한다는 계획에 따라 올해 9월 예정된 5급 신입 직원 선발 때도 채용목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나이·학벌 상관없이 스펙을 뺀 블라인드 채용 선발 비율을 높였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앞서 지난 1월 초 금융공기업들이 새해 대규모 인원을 채용한다는 계획 아래 총 556명 정규직 일자리를 주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이 중 IBK기업은행이 제일 채용 인력이 많은 219명이며, 자산관리공사가 75명, KDB산업은행이 66명, 주택금융공사가 36명, 수출입은행이 35명, 예금보험공사가 25명 순으로 기획재정부에 보고했다. 이렇듯 7개의 금융공기관의 올해 정규직 채용 인원수는 총 556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일 상반기 채용공고에서 일반 금융영업 및 디지털 분야에 170명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의 블라인드 채용방식은 공정을 기한다는 명목 아래 외부기관 또는 외부위원 평가를 도입해 서류전형, 필기전형 등을 모두 맡긴다. 또한 시험 출제 방식을 객관식으로 진행해 주관적 평가요인을 배제했다. 역량 및 임원면접을 거처 6월 초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KDB산업은행의 상반기 채용도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실시됐다. 특징은 성별·나이·학점 가입란을 삭제했으며, 서류, 필기, 면접에 걸쳐 직무능력, 품성평가 등을 강화했다. 필기시업은 적무지식, 일반시사논술, ncs기반 시험으로 구성됐다.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인턴채용계획을 발표했으며, 채용특징도 비슷하다. 단 자소서 역량을 강화해 점수 부여 목적이 크다는 점이 다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채용계획에 준비 중에 있으나, NH농협은행, Sh수협은행 말고는 나머지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등은 신규채용 계획이 아직 미정이라는 소식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초 시작해 350명 규모의 6급 신규직원 채용을 시작했다. 기본적인 틀 점수 부분에 있어서는 외주업체를 뒀으며 학력, 연령, 전공, 자격 등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단 인적사항(자소서, 논술 등)의 특이사항 같은 경우 은행 자체 면접 등으로 인한 실시로 진행된다. 3월말 최종 합격자가 가려진다.

Sh수협은행은 지난 12일 채용공고가 마감됐으며, 정규직 70명을 뽑는다는 방침이다. 모든 서류전형, 면접, 시험 등 외부의탁하거나 외부인이 참여해 면접을 진행토록 했으며 ‘탈 스펙’의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납득 가능 채용시스템 구축해야

나머지 대형 은행들이 아직 채용계획에 이렇다 할 내용을 밝히지 못한 데에는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가 은행권 채용비리를 개선하기 위해 모범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계획 때문이다. 이 계획안은 지난해 11월 중순경 처음 나왔으나 아직 초기단계에 있어 늦춰지고 있는 부분도 은근 금융권 내 부정적 시선도 따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보가 그간 블라인드 채용문화가 우리나라에 진작 정착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무엇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블라인드 채용이 정착될 준비가 되지 못한 환경으로 인해 더뎌지고 있다는 평가다.

양희동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채용인사가 발전 할수록 능력위주의 평가 문화가 제고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이 그간 잘못된 관행이 금융기관에 뿌리박혀 있는 탓이 크다”면서 “새롭게 바꿔보겠다는 금융사의 의지와 노하우를 익혀 합리적인 방식의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채용비리로 멍든 은행권이 빨리 무마하기 위한 블라인드 채용방법론만 의지해 외려 악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무조건적 일률적 블라인드 채용방법론만 개선하려들다 보면, 제대로 원칙이 적용 안 돼 부정적 소지나 사례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악용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건 시간문제”라며 “금융기관 관계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궁극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 후 잘못된 부정적 판단이 있을 경우에는 엄한 징벌 체제도 확고하게 이뤄져야 문화가 제대로 잡힐 것”이라고 제언했다.

◇은행원 기피 직업군?

#은행 취준생 A씨는 작년 하반기 한 대형시중은행에 면접을 봤다.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말을 믿었으나, 실제로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력 순으로 방을 마련해 면접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A씨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스카이 대학 순으로 각 방을 먼저 마련해 면접을 진행하는 환경을 보고는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 B씨는 몇 년간 금융기관에 취업을 준비했으나 요즘 은행들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따랐다. 외려 요새는 기피대상 직업군이라는 설명이다.

B씨는 “주변에 은행에 취업하려다가 포기한 사람도 많다”면서 “합격한다 해도 영업 실적이 부담스러운 측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권기관들은 앞다퉈 블라인드채용을 실시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반해 실제 취준생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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