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표적인 친(親) 정부 인사...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연루 '꼬리표' 극복
문 대통령 금융공약 이행작업 ... 장하성 정책실장, 이낙연 국무총리와 인연 주목

[금융경제신문= 손규미 기자] '비운의 주인공의 화려한 복귀'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친(親) 정부 인사로 분류하는 김 회장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권 요직 하마평이 빠짐없이 등장했음에도 최종 명단에서는 제외됐었지만 결국 농협금융 회장 자리에 올랐다.

19일 김 전 원장은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최종 후보자로 단독 추천됐다. 이르면 23일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다. 임기는 2년이다.

행시 27회로 관직에 입문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 과장, 금융정책과 과장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을 지내며 금융산업 극복에 혁혁한 역할을 했다. 따르는 선후배들도 많을 만큼 그에 대한 신망 역시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 전 원장은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기도 한다. 호남 출신 김 전 원장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고등학교, 대학교 직속 후배다. 행시 25회 출신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두기수 아래이기도 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초대 금융위원장 하마평에도 올랐다. 지난해에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에 올랐으나 사퇴한 바 있고, 이후에도 금감원장 후보군에 늘 이름이 올랐다.

그러나 김 전 원장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2011년 벌어진 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된 일이다. 당시 부산 저축은행으로부터 4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금융정보분석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야했다. 엘리트 이미지가 강했던터라 금융권이 받은 충격도 컸다.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로 풀려나긴 했으나 구속 전력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수차례 하마평에 이름이 올랐지만 고배를 마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결백이 입증된 이후 김 전 원장은 재기를 노렸으나 쉽지만은 않았다. 재판 진행 당시 파면을 당한 그는 공직에 복귀했지만 2014년 5월 금융위에 사표를 냈다. 2014년부터는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을 맡아왔다.

잠시 잊혔던 김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금융권의 관심을 다시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의 금융공약 이행작업을 맡은 경험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인연 등이 주목받으면서 문 정부 출범 직후 초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증권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늘 이름이 오르내렸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 사퇴 후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끝내는 3연임을 노렸던 김용환 회장의 뒤를 이어 차기 농협금융 회장 자리를 꿰찼다. 금융권에 7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당초 금융계 안팎에서는 농협금융의 실적을 끌어올린 김 회장의 3연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쳤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의 막판 급부상으로 김 회장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임기는 이달 28일까지다.

김 회장은 "그동안 농협금융이 부진을 딛고 경영 정상화를 이룬 시점에서 능력있고 추진력이 뛰어난 인물이 최종 후보에 포함된 것을 보고 용퇴를 결심하게 됐다"며 "어려운 시기에 부임해 다른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고 떠나게 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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