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속 유동성 확보 목적... 입지 등 가장 빨리 제값 받을 수 있다는 계산
최근 도심 빌딩 공실률 높고, 1989년 준공된 노후 빌딩이 매각 걸림돌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금융경제신문= 김용주 기자] ‘부동산 큰손’ 부영이 지난 2016년 사들였던 옛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현 부영을지빌딩)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여러 부동산 중 왜 이 빌딩을 되파는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최근 경영난 속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을지빌딩을 되팔기로 했다. 이 빌딩은 서울 중구 을지로1가 87번지에 있는 지하 6층~지상 21층, 연면적 5만4654㎡짜리 대형 오피스 건물로,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 역과 지하로 직접 연결된 교통요지에 있다.

2016년 부영은 3.3㎡당 2650만원, 4380억 원에 이 건물을 사들였는데, 당시 단위 면적당 최고가를 찍었던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 매매가(3.3㎡당 2606만원)를 넘어설 만큼 비싼 매물이었다.

부영은 앞서 옛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현 부영태평빌딩)을 사들였고, 지난해에도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현 부영송도타워)과 KEB하나은행 본점 사옥을 사들이기로 하는 등 최근 몇 년 간 매입한 부 동산 자산만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부영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중 오피스 건물, 특히 을지빌딩을 매각키로 한 것은 이 건물이 가장 빠르게 제값을 주고 팔 수 있다고 계산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이 빌딩은 을지로입구역과 바로 연결되고 도심 한복판에 있어 부영이 보유한 빌딩 중 입지가 가장 좋은 편이다. 이 때문에 2016년 인수전에도 부영을 비롯해 중국 안방보험(동 양자산운용)을 비롯해 신한카드,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참여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고 전해진다.

최근에도 삼성SRA자산운용이 더케이트윈타워를 3.3㎡당 2810만 원에 사들이기로 해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경신했고,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센트로폴리스’ 매각가도 1조원을 웃돌 것 으로 보이는 등 도심권 빌딩 호가가 오르고 있어 매각 시기도 적절하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사옥의 경우 부영이 지난해 12월 본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까지 잔금을 치를 예정이라 거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되팔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태평빌딩은 광화문 등 주요 도심과 거리가 있어 임차인들이 그 리 선호하는 입지는 아니고, 송도는 서울 외곽 지역이라 선호도가 더 떨어진다는 계산도 있다는 관측이다.

또 부영의 새 먹거리였던 오피스 임대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도 건물 매각으로 귀결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취득세 등 전체적인 부동산 거래 비용을 고려하면 부영이 3.3㎡ 당 2750만원, 4500억 원대 이상으로 매물을 내놓아야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최근 도심권 빌딩 인수전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공실이 많고 1989년 준공된 오래된 건물이란 점은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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