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특별한 이벤트 없이 넘어갈 듯....이재용 부회장 재판 이슈 등 내내외 상황 심각
단순히 양적 질적 좋은 기업 넘어 신뢰,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 계기 삼아야

[금융경제신문= 최한별 기자] 삼성그룹은 지금 어디쯤 서있는가? 7일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프랑크푸르트) 선언' 25주년이 된다.

삼성은 변화의 계기가 된 이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지난 2014년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진 삼성은 '신경영 선언'의 의의를 되새기기 위해 한동안 매년 이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제대로 된 행사를 열지 못했고, 올해도 특별한 이벤트 없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의 처지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삼성이 처한 대내외적인 상황이 그만큼 엄혹하다는 방증이다. 내부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슈를 비롯해 지배구조개선 문제부터, 인공지능(AI)를 포함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새롭게 맞이할 앞으로의 25년의 최대 과제는 단순히 양적 질적으로 좋은 회사를 넘어 신뢰 받고 존경 받는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도약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지난 1993년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을 기존의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체질을 개선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신경영 선언'은 이 회장이 지난 1993년 6월부터 8월 초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로잔,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에서 주요 임원 및 해외 주재원들을 소집해 총 350시간, A4용지 8500여장에 이르는 회의와 특강을 진행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강조한 것을 말한다.

당시 이 회장은 "출근하지 말고 놀아라, 놀아도 좋으니 뒷다리 잡지 마라, 입체적 사고를 하라" "변한다고, 변했다고 말만 하면 믿겠는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변화한다는 말도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등의 강력한 변화를 위한 주문을 내놓으며 삼성의 '신경영' 시대를 열었다.

신경영 선포 이후 삼성전자는 20년동안 매출 13배, 수출규모 15배, 이익 49배가 늘었고 수 많은 1등 제품을 만드는 등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삼성전자는지난해 매출 240조, 영업이익 52조원을 기록하며 창립이래 최고의 성적을 내기도 했다.

신경영 선포가 4반세기가 지났고, 이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입원 이후 만 4년이 된 현재까지 경영활동에 참석하고 있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그룹 동일인(총수)도 이재용 부회장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삼성의 경영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정부와 기관, 시민`단체 등이 전방위적으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태라 국내에선 공식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긴 어렵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행보를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주력인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의 경쟁 강도가 세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성장 동력을 찾아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은 자동차 전장·바이오산업·인공지능(AI) 등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신경영 당시 이건희 회장의 주도로 삼성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체질을 개선했고, 지금은 이재용 부회장 주도로 질적 성장 기반 위에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혁신을 위해 삼성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AI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영 기조를 본격화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트부문 선행 연구 조직인 삼성 리서치(SR)를 신설한데 이어 한국·미국·영국·캐나다·러시아 5개국에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또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세바스찬 승(H.Sebastian Seung)' 교수, 펜실베니아대학교 '다니엘 리(Daniel D.Lee)' 교수를 영입했다. 이들은 SR에서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향후에도 본격 기술 업그레이드와 추가 인재 확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외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등이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삼성은 앞서 지난 3월 창립 80주년 기념일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행사없이 조용히 '신경영 선언 25주년' 기념일을 보내기로 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세번째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홍콩으로 출국해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만나고, 현지 법인 등을 방문해 아시아 시장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정부의 전방위 압박과 부정적 여론 속에서 내부행사 개최에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최소한 재판 전까진 대내외 신뢰회복을 위한 활동들을 이어가는 것이 급선무다. 과거와 같은 경영 혁신, 체질개선과 관련한 그룹차원의 선언적인 의지 의지 표현이나 큰 틀에서의 변화는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