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운영 창구 없는 점포 고령층 등 대비 직원 내부에 상시 대기
직원 안보여 고객 '당황' 혼란 가중…확대시 고객·직원 불편 불보듯
디지털 강화 명분 창구없는 점포 강요 '대고객 서비스 실종' 우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창구 없는 영업점'으로 시범 운영 중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서교동지점. '현금, 통장, 종이가 없는 디지털 점포입니다'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고객 창구 및 전산기기를 없앤 모습이다.(사진=정순애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창구 없는 영업점'으로 시범 운영 중인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서교동지점. '현금, 통장, 종이가 없는 디지털 점포입니다'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고객 창구 및 전산기기를 없앤 모습이다.(사진=정순애 기자)

[금융경제신문=정순애 기자]디지털 환경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지난해 가장 빠른 속도의 대규모 영업점 통폐합 단행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이 이번에는 창구없는 점포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과 일부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무늬만 디지털 점포일 뿐 창구를 운영할 때 보다 더 밀착 응대해야 하는 직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다 온라인 금융서비스와 거리가 먼 고령층 및 대면업무를 희망하는 고객 등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해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어 불편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회사 이익을 중시한 효율성 측면에서 비대면 거래 확산에 나섰지만 금융소비자의 선택은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비대면 활성화시 고령층 및 대면업무를 희망하는 고객 등 일부 금융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편의성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한국씨티은행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일부터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서교동지점을 창구 없는 영업점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이 지점에는 '현금, 통장, 종이가 없는 디지털 점포입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고객 창구 및 전산기기를 없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는 보여지는 창구만 없앴을 뿐 내부에 또 다른 창구를 마련해 기존 창구 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에게 별도로 관련 업무를 처리해주고 있다. 또 내방 고객에게 앱 설치와 사용법 안내, 입출금의 금융자동화기기(ATM) 유도 등 직원들이 고객 한명한명에게 안내하고 있어 직원들의 불편도 제기되고 있다.

A씨는 "창구를 운영할 때는 번호표를 뽑은 순서대로 고객들을 응대했지만 창구를 없앤 시범운영 기간 중에는 직원들이 방문 고객 한명한명에게 일일이 응대하고 있어 창구를 운영할 때보다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금융서비스로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고령층이나 대면업무를 희망하는 금융소비자 등은 없어진 창구 및 전산기기를 보고 당황해 했으며, 직접 지점을 방문해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어 불편을 겪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자아냈다.

B(52·여)씨는 "씨티은행은 지점이 별로 없다. 온라인으로 찾아봐도 원하는 정보가 쏙쏙 들어오지 않아서 직원을 만나 직접 물어보기 위해 상암동에 거주하지만 인근에 지점이 없어 일부러 서교지점에 방문했다. 방문해 보니 창구에 직원이 없어서 불편했다. 하지만 직원 안내로 내부에 들어가 전산 조회 등 궁금한 부분에 대한 답을 들었다. 나이든 사람을 위해서 지점수를 줄이거나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직원이 있는 창구를 운영하길 바란다.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창구에 직원이 아무도 없어서 놀랐다. 이번주까지만 창구에 직원이 없다고 해서 안도했다. 내부에 마련된 창구에서 일을 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는 고유한 고객 선택권 침해이며 이로인해 해당 은행의 고객수 감소와 은행의 직원들에 대한 압박도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D씨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의 금융서비스 이용은 고객의 선택인데 일방적으로 은행에서 한 방향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고객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불편을 느낀 고객들은 해당 은행을 이용하지 않아 고객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압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국씨티은행 측은 "금융 환경이 바꼈다.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과거에 비해 촘촘하게 영업망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어서 줄였다. 환전 외엔 지점을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 간편한 모바일 이용이 고객 니즈"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앞세워 영업점 126개 중 90개를 통폐합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