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LG 29일 오전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 이사회 대표이사 의결
부회장 이상으로 승진할지 관심...회장직 직행 가능성도 있어
계열사 전반 챙기며 신성장 사업 발굴에 주력할 전망

[금융경제신문= 김다운 기자] 오늘 LG그룹 4세 경영, 구광모 시대가 공식적으로 개막됐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그룹 지주사인 ㈜LG의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LG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이후 이사회에서 승진 및 대표이사 선임을 의결, 구 상무는 경영 전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 상무가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어떤 직책과 직급을 맡을지도 주목된다. 사내이사 선임으로 소속이 (주)LG로 변경되는 가운데 부회장 이상으로 승진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구 상무는 각 계열사 부회장 6인의 보고를 받는 위치여서 부회장 이하의 직급을 다는 건 모양새가 맞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구 상무가 선친인 故(고)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만큼 회장직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회장 직책을 바로 달기엔 경험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어 부담이다.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은 지 1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입사 후 20년간 경영수업을 받은 뒤 그룹 회장을 맡았던 구자경 LG 명예회장과 고 구본무 전 LG 회장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다.

LG의 후계구도는 공식화됐지만 실질적인 그룹 총수를 결정하는 지분 문제는 남아있다. 구 상무는 현재 ㈜LG 지분 6.24%를 확보한 3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11.28%를 보유한 구 전 회장이고 2대 주주는 7.72%를 지닌 구본준 부회장이다. 향후 구 회장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의 형태로 물려받을 수 있어 LG의 최대주주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막대한 상속세다. 재계와 LG 등에 따르면 구 상무가 고 구 전 회장의 LG 지분(11.28%)을 모두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는 9000억∼1조원에 달한다.

때문에 전부가 아닌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적정 지분만 가져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 상무는 구 회장 지분 중 1.5%만 물려받아도 최대주주가 된다.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형제인 구연경·구연수씨 등 3명과 함께 법정상속분을 받으면 지분율은 8.75%로 최대주주가 되는데는 문제가 없다.

한편 올해 만 40세인 구 상무가 국내 4대 그룹의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차기 경영 체제도 주목되고 있다. LG 안팎에선 구 상무가 4세 경영에 나서더라도 지금의 경영 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G는 전문 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체제가 작동해왔기 때문이다.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6명의 전문 경영인이 그를 보필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예상이다.

대신 구 상무는 계열사 전반을 챙기며 신성장 사업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그가 맡은 LG전자의  B2B사업본부의 ID(Information Display)사업부도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성장 분야인 사이니지 사업을 주력으로 수행한다. 해당 사업은 전자·디스플레이·ICT·소재부품 등 주요 사업 부문과 협업한다.

구 상무는 ID사업부장을 맡은 후 최근까지 미국, 유럽, 중국, 싱가폴 등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사업 성과 및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지난 2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사이니지 전시회 'ISE 2018'에 참석해 첨단 올레드 기술력을 집약한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신제품을 시장에 소개하는 등 사업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특히 자동차부품(전장) 사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전장은 LG그룹의 각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LG전자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 ZKW를 인수한 것도 자동차 부품 성장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로봇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개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외부 업체와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 관련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LG가 이날 네이버 출신인 김상헌 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도 신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탄도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 LG그룹 주요 상장사 합산 현금성자산 보유 규모는 전년 대비 26.5% 증가한 약 6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