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근로자추천이사제·키코 등 핵심 사안에서 견해차 보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금융감독혁신’ 카드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온도 차를 보여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5월 윤석헌 금감원장(오른쪽)이 취임 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금융감독혁신’ 카드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온도 차를 보여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5월 윤석헌 금감원장(오른쪽)이 취임 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금융경제신문=권이향 기자]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뽑아 들은 ‘금융감독혁신’ 카드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온도 차를 보여 향후 금융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2개월 간의 공백기를 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어제 금융감독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핵심 사안에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다른 견해를 보였다. 특히 윤 원장은 지난 2012년 금융위원회의 해체를 주장하는 등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강경 진보학자로 분류돼 향후 발생하게 될 금융위와 금감원의 충돌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금융위는 윤 원장의 ‘근로자추천이사제’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윤 원장이 이번에 제시한 ‘근로자추천이사제’는 금융사 경영실태평가 시 근로자 등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 등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번 안은 지난해 12월 윤 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내놓은 권고안(노동이사제)에 비하면 타협안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제도 도입에 앞서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 수렴을 먼저 하겠다고 밝혀 지난해 12월 “노동이사제는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고 발언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방향이 일맥상통한다.

다만 금융위가 사실상 거절했던 노동이사제를 근로자추천이사제로 윤 원장이 재차 언급하면서 근로자추천이사제에 보수적 입장을 견지한 금융위는 부담을 느끼게 됐다.

한편 금융위는 키코(KIKO) 사건에 대해서도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키코란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환 헤지 목적으로 키코 상품에 가입한 1000여 개의 중소기업은 20조원가량의 피해를 봤다. 당시 피해 기업들은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을 상대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에서는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키코 사건 판결을 두고 박근혜 정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고, 이에 윤 원장은 키코 사건에 대해 원점에서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 권고안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최종구 위원장은 당시 혁신위 권고에 대해 “관련한 검찰 수사가 있었고 대법원 판결이 다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덧붙여 “이런 시점에서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며 피해기업에 대한 재기나 회생 지원 등을 제시했지만 현재 윤 원장은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동이사제를 의식하고 있어 근로자추천이사제나 키코 전담반 설치·운영에 대해 윤 원장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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