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대리급 직원 포함 일부 저성과자 대상으로 개별 면담..직무 조정과 퇴직희망신청 받아
실적 악화 주원인 해외손실사업 마무리 재무구조 개선 불구 인력감축 '우려' 시선

[금융경제신문= 조정현 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SK건설 등이 회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대리급 인원까지 희망퇴직에 포함시킨 채 인원을 감축하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17일 뉴시스에 따르면 SK건설은 올해 들어 대리급 직원을 포함해 일부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직무를 조정하거나 퇴직희망신청을 받았다.

퇴직희망자의 경우 연차와 직급에 따라 다르지만 약 1~2년차 연봉을 한 번에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희망퇴직이지만 사실상 권고사직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SK건설에 다니고 있는 한 직원은 "회사가 2013년 중동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은 후 매년 100~200명 정도 꾸준히 인력을 줄이고 있다"면서 "다만 그동안 같이 고생했던 만큼 일방적인 권고사직 보다는 희망퇴직으로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해 3월 31일 기준 4299명이었던 전체 정규직 직원 수는 올해 3월 31일 기준 4152명으로 147명 줄었다. 특히 플랜트 부문의 경우 같은 기간 2610명에서 2474명으로 136명 줄었다.

SK건설 뿐 아니라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저유가와 저가 수주, 사업 환경 변화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후 대대적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

그마나 최근 2~3년간 국내 주택경기 호황으로 해외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건설사들은 주택 부분의 수익으로 해외 플랜트 부문의 적자를 매워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주택 시장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고 해외 시장 역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매년 조금씩 인원을 줄이고 있는 것.

삼성물산도 지난해부터 여러차례 희망퇴직으로 직원 2000여명을 줄였다. 대림산업은 올초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 휴직을 결정했다. 포스코건설도 지난해 희망퇴직을 받아 300여명을 정리했다.

이같은 건설사들의 인력운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사의 경영이 어렵다고 대리, 과장급 인력까지 과도하게 줄이다보면 향후 해외 시장에서 국가적인 경쟁력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해외 수주 시장이 나아져 수주가 늘면 또 다시 인력을 경쟁사로부터 빼와야하고 기존에 있던 고급 인재들도 건설업계를 떠나 국가적인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실제 권고사직을 당한 한 직원 역시 "SK건설 본사에 근무하다 인사팀으로부터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받지도 못하고 지난해 권고사직 당했다"면서 "일부 고위급 임원들의 욕심으로 인해 장래가 촉망되는 고급인력이나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이 건설업계를 떠나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 이후 대리급까지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가 수주가 다시 증가하면서 인력 증원이 불가피해지자 경력직을 채용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탓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등 새로운 인력을 뽑기가 쉽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의 경우 해외 부실 사업장을 마무리하고 재무구조를 일부 개선하면서 영업 이익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인력 운영의 여유가 있다.

실제 SK건설도 2015년부터는 실적 악화의 주원인이었던 해외손실사업을 마무리하고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했다. 영업이익 109억원으로 흑자전환한 뒤 2016년 1943억원, 지난해 2259억원을 올렸다.

GS건설 역시 해외 플랜트 사업의 신규 수주가 줄고 실적이 줄어들자 일부 인력을 수익이 나는 주택 부문으로 이동시키거나 스텝 부서로 옮기면서 인력을 유지시켰다. 대림산업 역시 무급 휴직, 순환 휴직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면서 구조조정을 최대한 자제했다.

그러나 SK건설 측은 이번 저성과자 면담이 일반 기업이 진행하는 일반적인 수준의 면담이라는 입장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직급을 정해두고 한 것이 아니라 저성과자 면담을 하다 보니 일부 소수의 대리급 인원이 포함된 것"이라면서 "건설사 특성상 대형 프로젝트가 끝나면 계약이 끝나 회사를 나가거나 인력을 자연스럽게 감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금융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